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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의학적 퇴원요구 거부할 수 있는 제도 시급
[ 2004년 07월 11일 15시 56분 ]
보라매병원 사건 최종판결과 관련해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윤리와 의학적 견해에 반하는 퇴원요구를 거부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에 대한 요구가 가속화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환자를 퇴원시킨 의사윤리를 의료계에서는 장기입원환자의 치료비 부담과 퇴원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인의협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사실관계에서 장기입원환자의 경우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의 생명과 경제적 부담, 의사윤리적 측면이 다양하게 결부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사에게는 보호자의 요구가 환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이 책임에 따라 보호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판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보라매병원 사건에서도 의료진은 보호자의 퇴원요구를 수 차례에 걸쳐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보호자의 치료비 부담이라는 반강제적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는 못했다.
의료계가 법원의 판결이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의료계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내려진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인식이다.
의료법학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의료계 현실을 모르는 것일 수는 있지만 의사윤리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역설적으로 의사윤리의 강조는 미약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윤리에 따른 판단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유사한 문제에 대해 집단이 검토하는 등의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지나친 의사 개인의 윤리의식 강조는 자칫 장기입원환자들의 퇴원조차 꺼리게 돼 죽음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삶의질향상연구과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임종 전 1년 동안 지출돼는 의료비의 40%가 임종 1달 전에 집중, 소모적인 의료와 불필요한 입원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고통으로 다가온다.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장은 "이제 중환자를 퇴원시켜달라는 보호자들은 경찰에 살인죄로 신고해야 되는 것이냐"며 "말기 환자에 대한 의료자원의 공격적 사용이 낭비라는 일반적인 사실이 이번 판결로 사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라매병원 사건이 일반적이지 않다면 정부는 이를 계기로 환자의 퇴원에 대한 일반적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책임이 있다"며 "의사가 생명을 위해 싸우는 책임이 모든 상황에서 모든 기술사용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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