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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선택진료비, 무엇이 문제인가
[ 2004년 07월 15일 10시 20분 ]
환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된 '선택진료비'를 놓고 환자, 병원, 복지부 모두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환자는 자신의 선택진료 사실조차 모른채 비용을 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병원은 선택진료비를 둘러싼 환자들과의 마찰이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라며 복지부를 원망한다. 복지부는 제도의 취지만을 거듭 강조하며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택진료비!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퍼스트클래스석이 80%인 비행기
환자들은 '선택진료'를 국제선 비행기에 비유한다.
퍼스트클래스로 생각하고 비행기에 탔으나 결국 그 비행기의 80%는 모두 똑같은 좌석이고 나머지 20%는 좁고 불편한 좌석이었다면 그 80%를 '일등석'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일반진료보다 나은 진료를 받기 위해 선택진료를 신청했지만 사실은 그 병원에 있는 대부분의 교수가 선택진료를 신청해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진료가 있긴 하지만 경험이 많은 교수들이 아닌 레지던트와 같은 젊은 의사들이 일반진료를 맡고 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선택진료에 대한 욕심이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선택진료를 신청한 뒤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환자가 자신이 선택한 의사한테 진료를 받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환자는 담당의사에 대한 선택진료비뿐만 아니라 검사, 주사, 약제처방 등에 대한 선택진료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환자가 선택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진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진료비를 지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에 드러난 A 대학병원 선택진료비 파문의 발단도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또 '선택진료에 대한 정보 부족'도 환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이다. 현재 선택진료제를 시행하는 병원들은 환자를 위해 안내용 책자 등을 비치하고 있지만 이 조차도 모르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A 대학병원 선택진료비 환불의 주인공인 김모씨는 "선택진료비는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 골칫거리 "차라리 수가를 인상"
병원 입장에서 선택진료비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복지부가 병원의 경영수익 보존 차원에서 선택진료비를 시행해 준 것은 병원계가 다 아는 사실. 하지만 실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각 병원은 외래특진(외래진찰료의 55% 이내), 회진특진(입원료의 20% 이내), 검사(해당 수가의 50% 이내), 마취(해당수가의 100% 이내) 등에서 선택진료비를 받을 수 있어 경영 호전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토로한다.
병원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의료수가 인상'이다. 병원계는 "의료수가를 인상만 해준다면 선택진료비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병원으로써는 환자들과 마찰이 잦고 경영에 도움이 덜하는 '선택진료비' 보다는 '의료수가 인상'이 훨씬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원무팀 관계자는 "병원은 환자와 복지부 사이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며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욕을 먹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의사중 80% 이내에서 선택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의사를 지정하도록 한 현행법에 대해 전체 확대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의사들간의 형평성이 문제다. A와 B란 의사가 동일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A만 선택진료비를 받게 되면 B로써는 형평성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병원은 선택진료비가 영 못마땅하다.
알지만 고칠수 없는 병
복지부에게 선택진료비는 '알지만 고칠 수 없는 병'이다.
요즘 복지부에는 선택진료에 대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직접 민원은 물론 상부 기관에서 이첩되는 사례까지 정신이 없다.
복지부에 대한 민원제기에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병원계는 '의료수가 인상'과 선택진료제 개선을 쉼 없이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선택진료제를 폐지하면 당장 의료수가를 올려줘야 하지만 재정 부담이 적지 않다.
또 병원의 사정을 알기에 환자의 민원을 받고도 실사를 나갈 수 없다. 현 상황에서 선택진료비에 대한 조사를 나가면 걸리지 않을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건 잘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병원이 선택진료를 악용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환자에게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에게는 수익성을 보장하겠다는 애초의 취지는 퇴색된지 오래다.
복지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한숨만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환자와 병원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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