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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업계 부실, 의료大亂 부를 수 있다"
[ 2004년 07월 18일 13시 13분 ]
국내 의료정보화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의료정보업계가 관련 업체간 저가수주경쟁과 병원들의 저가공급 요구, 그리고 대형 SI업체들의 시장진출 등 이중·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의료정보업계에 따르면 업체간 저가수주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의료정보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당수 병원에 구축된 의료정보시스템의 유지보수에 장애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0년 분업을 기점으로 병원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OCS, PACS, EMR 등 각종 의료정보시스템 도입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나 시장이 급팽창되는 과정에서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간 무리한 출혈경쟁과 병원들의 저가공급 요구가 겹쳐지면서 관련업체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태.

의료정보 전문업체들이 이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경우 이들이 구축한 시스템 유지보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저가출혈경쟁= 지난 90년대 말을 기점으로 국내 의료정보화 시장은 해외에서도 주목할 만큼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특히 지난 99년 PACS의 보험급여가 인정되면서 이를 중심으로 의료정보화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문업체들을 중심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저가 출혈경쟁이 심화되자 상당수 회사들이 '빚 좋은 개살구' 꼴이 돼버렸다.

매출에 비해 수익이 극히 저조하거나 아예 적자 구조가 만성화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업체간 저가출혈 경쟁은 시장 형성 초기 대형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 시스템을 공급한 것이 원인이 됐다.

PACS 업체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대형병원들이 의료정보사업을 발주할 경우 다른 대형병원의 구축 경험을 자격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대형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하는 게 다급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출혈 경쟁은 PACS뿐만 아니라 최근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EMR, ERP, CRM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들 “무조건 싼 값에 구축하자”= 병원들은 업체간 저가 출혈경쟁을 즐기는 모습이다.

의료정보 사업 발주시 기술평가는 형식에 그치고 최종적으로 가장 낮은 사업비를 부르는 업체에 사업을 맡겨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일부 병원들은 사업발주시 현실성이 떨어지는 RFP(제안요청서)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 추후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는 제안요청서와 달리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경우도 흔하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형병원들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요구하거나 혹은 건물신축비용 등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정보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병원에서 사업 발주시 기증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때로는 기증 요구를 수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이미 결정된 업체 선정이 번복되는 일도 겪었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관계자는 “병원 SI사업은 실제로 그 규모가 커지 않기 때문에 병원측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 돼버린다"며 "결국 이같은 악순환이 업체들의 경영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SI업체, 중소전문업체 노동력 착취”= 대형 SI업체의 의료정보 시장진출이 늘면서 중소 전문업체들의 시장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현재 의료정보화 시장에 진출한 SI업체들은 삼성SDS를 비롯해 LG CNS, 한화S&C, SKC&C 등 10여개에 달하며, 이들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문제는 대형SI업체들 역시 프로젝트 수주과정에서 저가수주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 전문업체들과 공동 컨소시움 방식으로 사업을 수주한 SI업체들이 저가수주에 따른 손해를 중소 전문업체들의 인건비를 통해 커버한다는 것이다.

즉 도저히 이익이 생길 수 없는 사업비로 프로젝트를 수주한 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에 투입되는 중소 전문업체들의 인건비를 대폭 축소시키는 쪽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의료정보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형 SI업체들이 도저히 이익이 발생할 수 없는 사업비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솔루션 구축을 담당하는 중소 전문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임금이 싼 계약직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고, 전문업체들 역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의료정보 전문업체들의 부실은 장기적으로 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 유지보수를 위협해 궁긍적으로 의료대란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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