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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협약 둘러싼 '勞-勞 갈등' 내부 진통
[ 2004년 08월 03일 12시 32분 ]
산별교섭 합의안의 '10장2조'를 놓고 불거진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 노조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노조는 보건의료노조가 공식적인 의결 절차를 통해 내년도 산별교섭에서 10장2조를 삭제키로 결정하지 않는다면 본조를 탈퇴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상태.

서울대병원 노조는 이미 지난달 조합원 투표를 통해 이러한 조건부 탈퇴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는 서울대병원 노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원칙적으로 수용불가' 입장이다.

◇병원특성별로 시각 엇갈려= 서울대병원 노조가 주장하는 산별협약 10장2조의 문제점과 조건부 탈퇴 방침을 바라보는 각 병원노조의 시각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사립대와 국립대 등 각 병원특성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일단 사립대병원 노조에서는 서울대병원 노조의 주장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서울 지역 모사립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서울대병원 노조가 지적하는 것처럼 산별협약 10장2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도 있다"며 "그러나 올해 산별협약 전체 틀 안에서 볼 때 이 조항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특성별로 다양한 지부들이 산별교섭에 참여하다보니 초기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도출될 수 있다"며 "다만 서울대병원 노조가 하고 있는 모습은 이후 산별교섭이나 산별조직에 있어서 반조직적인 행태로 볼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사립대병원과 달리 국립대병원 노조의 시각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방 국립대병원 노조의 한 지부장은 "서울대병원 노조와 동일한 의견을 보건의료노조측에 전달한 바 있다"며 "서울대병원 노조로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병원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산별협약 10장2조가 병원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을 하향평준화 시킨다는데 대해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는 "산별협약은 병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있어서 하한선을 규정해야지 상한선을 긋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대병원 노조가 탈퇴를 결정할 경우 이에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해 서울대병원 노조에 적극적인 동조의견을 내비쳤다.

◇산별교섭 시행초기 불가피한 문제= 산별협약 조항을 놓고 보건의료노조와 산하 병원지부간 갈등이 불거진 것은 어찌보면 불가피한 현상이다.

올해 처음 실시된 병원노사간 산별교섭이 이미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산업계와 달리 병원계는 그 설립목표나 규모에 따라 병원별 상황이 상당한 차이가 난다. 당연히 병원별 노조의 요구사안 역시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병원 사용자측에서도 산별교섭 초기에 병원특성별로 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산별중앙교섭이 아닌 특성별교섭을 주장한 바 있다.

실제 산별교섭 과정에서도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노사간, 혹은 노노간, 병원사용자와 사용자간 이견차로 진통을 겪었다.

다양한 특성별로 구성된 100여개의 병원노사가 공통된 요구사항을 놓고 산별교섭을 가진 탓에 결국 지금과 같은 갈등의 불씨가 잠재돼 있었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대학병원 노조의 한 관계자는 "규모나 설립근거가 서로 다른 병원들이 공통된 요구사항을 놓고 산별교섭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미 지금과 같은 갈등이 야기될 수 있는 소지가 잠재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보다 발전된 산별교섭 틀 갖춰야= 산별교섭 협상안을 놓고 병원노조 내부적인 갈등이 야기되고 있지만 산별교섭 자체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주5일제 도입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과 인력충원, 비정규의 정규직 전환, 최저 임금제, 노동연대 기금 등 기존 개별병원 노사간 임단협에서 쉽게 협의할 수 없었던 사안들이 산별교섭이란 틀 안에서 성과를 일궈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조합원들이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 산별교섭 잠정합의안을 놓고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형병원 노조 조합원들의 경우 임금인상 등의 근로조건에 있어서 기존 개별병원 지부교섭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합의안을 일률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산별협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 또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와 달리 대형병원 노조에 비해 조직력이 떨어지는 중소병원 노조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산별교섭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결국 보건의료노조와 각 개별병원 노조가 작금의 갈등을 산별교섭 시행 초기 통과의례로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교섭틀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진 셈이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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