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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연명치료 강요는 환자 권리침해"
[ 2004년 08월 25일 13시 57분 ]
지난 97년 발생한 보라매병원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연명치료 중단', 혹은 '안락사' 문제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계는 물론 전사회적 화두다.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대한의사협회에서는 2001년 4월 의사의 역할과 의무 등을 규정한 '의사윤리지침안'을 마련, 여기에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환자 또는 가족들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문서로 치료중지를 요청할 경우 의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규정이 발표되자 그 즉시 '의료계가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려 한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쟁거리가 됐다.

이처럼 연명치료 중단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은 데는 이 문제가 단순히 법리적 해석 사안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사유까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명치료가 과연 '의미있는 삶을 연장시키는 수단'인지 아니면 '고통받는 기간만 연장시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이견이 분분한데다 누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료계, 종교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회생가능성 예측 불가능= 연명치료 문제에 있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회생가능성을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데 있다.

가령 폐렴 환자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면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99%에 달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환자가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명확하다.

그러나 갈수록 의학이 발달하고 첨단 의료장비들이 등장하면서 ‘회생가능·불가능’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25일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실 주최로 열린 '연명치료 중단의 정책적 대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회생가능성의 판단이 100%와 0%로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일정 확률로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을 뿐”이라며 “많은 임상연구에서 중환자 관리의 전문가조차도 환자의 희생가능성 예측의 정확도가 80%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생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환자나 보호자의 생명에 대한 가치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허 교수는 “지금 의료현장에서는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해 일어나는 인명 경시문제보다 오히려 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에게 행해지는 의료집착적 과잉진료의 폐해가 의료윤리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학적으로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에게 '의료집착적'인 태도로 연명치료를 강요하는 것이 인간의 품위있는 삶을 연장하기보다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방해하고 훼손하는 행위로 보기도 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삶을 늘이고 죽음을 늦추는 일이 아니며, 다만 죽음의 과정을 늘일 뿐"이라며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환자에게 사망의 과정을 고통스럽게 연장하고 가족에게 경제적·심적 부담과 좋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사회적으로 낭비일 가능성이 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강요는 명백한 권리침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사의 자율결정권과 법적장치 마련= 의료계에서는 연명치료 중단 문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해결 방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은 의사의 자율결정권과 이에 부합하는 법적장치 마련, 그리고 국가에 의한 '공적부조' 등이다.

서울의대 허대석 교수는 '연명치료 중단의 정책적 대토론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사회복지제도와 호스피스제도, 의료조직내의 자율적 결정, 법제도 정비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허 교수는 일단 회생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사회복지제도로 이를 끌어안고, 회생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호스피스제도를 통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조직 내에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구를 운영하고 그에 따른 지침을 제정하는 동시에 임종과 관련된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안명옥 의원은 “연명치료 보호자 및 의사, 법적대리인 등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과 의학적 충고에 반하는 퇴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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