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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사 경험 살려 사회각계 선도해 나간다"
[ 2004년 09월 02일 11시 12분 ]
우리나라에 서양의 현대의학이 도입된 지 100여년이 지났다. 이 기간동안 국내 의약계는 질적인 팽창은 물론 양적인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다.특히 2000년 의약분업 도입을 계기로 의약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 이전보다 훨씬 빠른 변화의 물결 속에 던져진 모습이다. 데일리메디는 창간 4주년을 맞아 의약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전문직종인 의사와 약사의 현재 모습과 변화의 양상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편집자주]
<1>통계로 살펴 본 의약사
<<2>위기의 오늘, 과거의 현안은 뭐였을까
<3>영역 타파에 나선 의약사
의사와 약사는 말 그대로 전문직이다. 전문직인만큼 그동안 의대를 졸업한 사람은 의사나 의대 교수가, 약대를 졸업한 사람들은 약사가 되는 너무나 당연스러운 정해진 수순을 밟아왔다.
하지만 의사와 약사들 사회에서도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영역타파 바람이 불고 있다. 자신의 끼와 의사나 약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이들은 이미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 있다.
의사들, 헬스케어·미술·문학·보험계에 우뚝서다
삼성생명 검진센터장을 지낸 박성수 상무대우는 중앙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다.
그는 보험회사가 보험을 인수해도 되는지 여부를 개인 건강이나 질병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언더라이팅 분야에서 자신의 의학전문지식을 발휘해보고 싶어 2001년 미국 위원회가 운영중인 계약심사 전문자격제도인 FALU(Fellow, Academy of Life Underwriting) 자격을 확보했다.
문학계에도 의사의 진출이 활발하다.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40여년간 병리학자로 일해온 의사출신 원로시인 허만하씨와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오하이오 의대 소아과 임상 정교수 등을 역임, 초대 부원장 겸 방사선과 과장까지 지낸 마종기 시인 등이 있다. 마 시인은 지난 59년 해부학교실 등으로
현대문학에 추천을 받아 등단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경희의대를 졸업한 후 10여년 동안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강신영씨는 미술에 도전했다. 4년이 넘게 청송 교도소에서 지도위원으로 수형자들에게 그림 지도를 하고 있으며 현재는 LA에서 미술 전시회를 하고 있다.
의사출신 CEO들도 있다. 경희의대를 졸업한 정신과 전문의 닥터헬프의 김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 밖에 유명 가수 동물원의 김창기씨는 정신과 의사, 대학가요제에서 꿈의 대화로 대상을 받은 이범용씨도 정신과 의사다.
행시 도전·화장품 업계 등 약사들도 한몫 '톡톡'
서울대 약대 졸업후 서울대병원을 거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하던 곽소희씨는 과감히 약사 가운을 벗어 던지고 행정고시에 뛰어들었다.
2년여간의 고시공부 끝에 올 4월 합격의 기쁨을 누린 그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싶어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연수원 생활을 마치는 그는 재정경제부 공무원 직함을 달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과학기술자들의 모임인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정명희 회장 역시 약사 출신이다.대구 출신으로 4세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안정적인 생계를 염두에 두고 지난 71년 이화여대 제약학과에 진학해 현재의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
기업체 CEO로 성공한 약사출신도 있다. '청개구리' 화장품 회사로 잘 알려진 참존 화장품의 김광석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창업 이후 기능성 화장품 시장의 활로를 개척, 자리매김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트롯트 가수 주현미씨와 서울대 약대 졸업후 사법고시를 거쳐 창원지검 검사로 임용된 이남경씨, 민주노동당 보좌관으로 들어간 박지영씨 등도 타분야로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에 꼽힌다.
"의사·약사 시절 경험 정말 큰 도움"
당당하게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의사로서의, 약사로서의 경험은 버려진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 당시의 경험과 지식을 사회의 여러 분야에 접목, 새로운 독자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었다.
삼성생명 박성수 상무대우는 보험 영역에 투영시킨 자신의 의학전문지식을 활용, 보험심사의 가이드라인인 의학인수계약기준을 수립하고 보험업계 공통 관심사인 ‘생명보험 계약사정 기준집’ 제작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02년부터는 생명보험의학회장을 역임하며 국내 보험의학을 체계화하는데도 그는 주력하고 있다.
마종기 시인의 시는 시인의로서 희귀한 의사의 체험을 다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의사가 겪는 격렬한 체험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서정적으로 수용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만하 시인은 의사로서의 눈과 시인의 눈을 겸비하고 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그는 상상력만 믿고 지나치게 감각에 기대는 시어가 아닌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과학적으로 볼 수 있는 시어를 탄생시켜야 한다며 시에 있어서도 의학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닥터헬프 김진 사장도 의사라는 전직을 잘 활용, 의료분야의 비즈니스 내용을 다루며 개원 컨설팅과 병원경영컨설팅, 사이버병원운영, 건강관리 서비스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참존 화장품의 김광석 회장은 약사로서는 '보건범죄단속법'에 걸리는 불법(?) 조제행위 덕에 현재의 위치에 올라갈 수 있었던 인물이다. 무허가 제약으로 기미와 주근깨, 여드름 등에 바르는 약을 조제해 팔던 그는 그 당시의 경험을 되살려 '참존' 이라는 기능성 화장품 시대를 열었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정명희 신임 회장에게 약사라는 전직은 새로운 일에 대한 동기부여와 추진력이 됐다. 정 회장이 유학을 갈 수 있도록 한 밑천이 약사를 하면서 모은 돈 이었으며 조제를 할 때마다 느껴진 한계 때문에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 그래서 정 회장은 이제 약이 사람을 어떻게 고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약사 출신으로 행시에 합격한 곽소희씨는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의대, 약대를 지원했다면 자신의 새 인생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타분야에 눈을 돌리는 것은 반대다. 자신의 적성을 신중히 고려하고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박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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