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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화이자가 以夷制夷(이이제이)를…"
[ 2004년 09월 13일 21시 24분 ]
단일 품목으로는 국내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고혈압치료제. 올해는 그 규모가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확장 일로의 추세다. 제약사들이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분야다.

여기에 이 달부터 연간 1500억이 넘는 1위 품목인 화이자의 노바스크를 겨낭한 국내사 약들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가히 총성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화이자는 몇 년 전부터 숨가쁘게 전략을 짜왔다. 일정 규모의 시장 잠식은 불가피하되 가급적 잃는 것을 최소화시키면서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사들은 화이자의 독식을 좌시하지 않을 태세였다. 화이자 몫의 20%, 아니 10%만 가져와도 150억원대의 블록버스터가 되기 때문이다. 의사들에 ‘국산 약’이라는 애국심까지 호소하고 기존 탄탄한 영업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전략이 마련됐다.

국내사들은 당연히 공격적으로 나왔다. 선봉에 한미약품이 섰다. 그 뒤를 종근당이 추격 중이다. SK나 중외제약이 더 뒤질세라 심기일전 중이며 기타 다른 회사들이 시기를 저울질하는 형국이다. 초반 기세는 어느 정도 먹혔다. 치밀한 준비에 저돌적 영업을 펼치고 있는 한미는 첫 과실(果實)을 딸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그렇다.

하지만 시판 보름여가 지나면서 예상보다 치열한 경쟁의 부작용이 드러났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폐해가 심해질 것이라는 속단이 과하지 않을듯 싶다. 각 회사별로 경영진의 높은 관심과 집중화 전략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찾아오는 영업사원들 때문에 미치겠어"라는 말로 그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사간 경쟁이 알력과 시기로 변질된 모습도 목격됐다. 초기 "타도 노바스크" 구호가 일부에서는 "타도 한미"로 전환되는 등 국내사간 물고 물리는 난타전으로 확전(擴戰)됐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시어머니(화이자)보다 싸움 말리는 시누이(한미)가 더 미운 격이 됐다"며 씁쓸해 했다.

급기야 화이자가 국내사들의 과열된 경쟁을 활용해 '以夷制夷(이이제이/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어함)' 라는 병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그럴싸한 설(說)까지 나돌았다. 화이자는 이에 대해 "당치도 않다"며 펄쩍 뛰었다. 오히려 "그런 전략이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기자한테 "한 수 배웠다"고 말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억측까지 난무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 경쟁의 원리는 지극히 당연하다. 제약사간 건전한 선의의 경쟁은 소비자인 환자와 국민들에 혜택이 돌아간다. 하지만 작금의 고혈압약 시장은 정도를 벗어나 궤도를 상당히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대 시장에서 제품력과 마케팅으로 승부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당당한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기를 기대해본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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