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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선장 못찾는 경희의료원
[ 2004년 09월 19일 21시 51분 ]
"소문만 무성해요. 도무지 확인되는 것이 없네요" "벌써 몇 달째 설(說)이 나돌고 있습니다.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뭐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경희의료원(원장 윤 충)이 몇 달째 시끄럽다. 드러내놓고 혼란스럽지는 않지만 교수를 비롯 직원들 관심사가 온통 여기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10월 정식 문을 여는 고덕 병원장 인선 건(件)이 핵심 요체다.

설이 설을 낳고 설이 설로 이어지다 보니 병원 건립이 '설설 긴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등장하는 판이다. 초기 무대에 올려진 교수는 세 명 정도로 압축됐다. 배종화, 유명철, 이봉암 교수 등이 당사자.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인 즉,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 새 병원의 슬로건에 맞게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젊은 층에서 수장이 나와야 한다는 반대론을 폈다. 당사자중 한 명도 "나는 아니다"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50대 교수 몇 명이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도 "전혀 모른다"라며 오히려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고 되묻는다. 결국 새 병원장 인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셈이다. 한 직원은 "한시라도 빨리 수장을 뽑아야 그 사람이 책임을 갖고 개원 준비를 할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 오픈이 물 건너간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거리낌없다. 내년 오픈도 몇년을 끌다가 결정됐기 때문에 이 같은 가정법이 무리는 아니다. 한 교수는 "우리 병원은 안돼라는 자괴감이 떠올려지기까지 한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경희대 고황재단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덕병원의 설립 과정을 보면 치밀함과 기획력, 추진에 있어 과단성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희의료원은 과거에 비해 어려움이 많아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영화(榮華)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의료원은 지난 2002년 파업의 엄청난 손실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후유증은 크다. 여기에 한방의 명성이 예전같지 않아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키고자 했던 것이 바로 고덕 병원이다.

양한방 협진이라는 슬로건도 그런 의미를 담는다. 하지만 10여년 넘게 걸리며 더뎌진 진행과정에 1년여 남아있는 시점서 병원을 꾸려갈 선장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남들은 뛰고 나는데 우리는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위기인데 우리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한 직원의 지적은 병원의 방향성에 심각한 물음표를 던진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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