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강력 반대에 따라 2002년 소화기관용약 요양급여기준을 전격 폐지하고, 의협이 자율적인 표준처방지침을 마련해 시행토록 허용해 왔지만 관련약제 처방건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고가약 처방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의협의 소화기관용약제 표준처방지침 폐지론이 일 것으로 보이며, 의료계의 자율권 확대 요구 명분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보건복지부가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에게 제출한 2003년 1월부터 2004년 6월말까지 소화기관용약의 월별 처방추이 자료에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7월 소화기관용약제 급여를 제한하는 요양급여기준을 고시했지만 의료계가 반대하고 나서자 의협이 자체적으로 권장지침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면서 고시를 철회했다.
이후 의협은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소화기관용약제 사용 권장지침을 마련해 2003년 4월 전국 의료기관에 배포했으며, 정부는 이를 지금까지 요양급여기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소화기관용약 청구량은 소화성궤양의 경우 권장지침 이전인 2003년 1~6월 11억5890만건에서 7~12월 12억4900만건, 2004년 1~6월 13억5110만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청구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제산제는 12억4590만건에서 12억9770만건, 13억1880만건으로 5%, 정장제는 6억129만건에서 6억6760만건, 6억7350만건으로 12% 증가했다.
특히 기타 소화는 11억8589만건에서 12억9240만건, 13억9110만건으로 17%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구금액도 마찬가지로 늘어났다.
이 기간 소화성궤양 관련 소화기관용약 청구액은 1662억원에서 1863억원, 1990억원으로, 제산제는 758억원에서 801억원, 836억원으로, 정장제는 452억원에서 496억원, 524억원으로, 기타 소화는 1276억원에서 1442억원, 1574억원으로 각각 20%, 10%, 15%, 23% 폭증했다.
이와 함께 고가약 처방추세도 이어져 소화성궤양은 약제당 청구액이 144원에서 148원, 148원으로, 제산제가 60원에서 61원, 63원으로, 정장제가 75원에서 74원, 77원으로, 기타 소화는 107원에서 111원, 113원으로 2~5%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소화기관용약 처방이 늘어나고, 건강보험 재정압박요인으로 작용하자 2002년 4월 일부약을 비급여로 전환했지만 고가약 처방경향이 일자 그해 7월 급여를 제한하는 요양급여기준을 고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의협이 대정부투쟁에 돌입하자 그 다음달 급여기준을 폐지하고,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권장지침을 제정해 사용하기로 의정간 합의했다.
의협은 의정합의에 따라 2003년 4월 권장지침을 확정해 시행에 들어갔으며, 복지부는 이후 6개월간 처방 변화양상을 주시하고, 무절제한 소화계약 처방관행이 시정되면 지속적으로 존중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체적인 급여심사기준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심평원은 권장지침 시행 이후 처방형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달중 중간 연구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당시 신상진 의협회장은 권장지침을 임기중 역작의 하나로 평가하고, 의료계 자율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자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소화기관용약제 처방건당 약제비나 투여량이 권장지침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평가돼 자율 권장지침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그만큼 의협 입지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