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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창립대회만 있는 학회
[ 2004년 10월 15일 03시 11분 ]
창립대회는 열린다. 하지만 그 이후의 존립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니 사실상 앞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

오는 17일 창립될 여성의학회의 처지다. 학회는 결국 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의 거센 반발에 여성의학회의 운명을 산부인과에 바치기(?)로 결정했다.

"시작부터 산부인과의 존립을 위한 것이었고 학회에서 여성의학과로의 개명을 추진하고 있는지 몰랐다.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을 것인데. 산부인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아무 조건 없이 학회 제반 사항을 산부인과학회에 일임하겠다" 한공창 여성의학회 회장이 최근 산부인과학회와 개원의협의회에 내걸은 각서다.

하지만 예정대로 17일 창립대회는 열린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취소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열리긴 열리는데 '창립대회'가 아닌 사실상 일회성 '학술대회'가 되는 것이다.

학회 창립준비단의 막대한 비용 낭비가 예상된다. 또 여성의학 인정의 등을 기대하고 학회에 참여 의사를 밝힌 많은 의사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사전 등록된 참가비를 돌려주고 사과하며 창립대회도 하지 않는 편이 더 바람직할 듯도 싶다.

어쨌든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산부인과의 내홍이 조기에 일단락된 것은 다행이다.그렇지만 여성의학회의 이 같은 짧은 운명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여성의학회의 이번 문제에 다른 신생학회들의 영상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최근 봇물을 이루면서 생겨나고 있는 개원가 중심 학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사향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내과의사회가 내과학회 등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연수평점 획득을 위한 치열한 법적 투쟁에서 패한다면 결국 연수평점이라는 동기 부여로 인한 회원의 지속적 확보는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노인내과학회서 추진하고 있는 노인병 인정의 자격 부여가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다면 이 학회의 존폐 여부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원의 중심 학회가 자유롭게 생겨나는 것을 굳이 막을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놔두면 반드시 필요한 학회를 제외하고는 저절로 자멸하게 될 것"이라며 한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조명하기도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신설학회 난립 문제를 단순히 그들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 汎의료계 차원의 학회 교통질서가 시급한 시점이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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