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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천명 '장기이식 위해 중국行' 폐단 속출
[ 2004년 10월 17일 13시 14분 ]
간부전을 앓고 있던 김철구씨(56. 가명). 김 씨는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3년여간 기다리던 중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중국에 가면 보다 쉽게 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 김 씨는 이를 소개해 준 한 브로커의 말을 듣고 중국 상해행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중국으로 간 김 씨는 모든 것이 처음 얘기와 달라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현지 지인의 소개로 고위직들이 다닌다는 병원을 소개받아 우여곡절 끝에 수술을 받긴 했지만 수술을 받던 중 출혈이 심해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이번 수술에 사활을 걸었었다. 비행기표를 포함 총 5000만원이라는 막대한 경비가 소요됐다. 그러나 결국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오랜 투병생활과 고액의 병원비에 너무 고생스러워서 한줄기 희망을 붙잡고 갔던 중국이었는데 정말 너무나 허무하게 돌아가셨다. 차라리 국내서 순서를 기다렸다면 목숨을 부지하실 수 있었을텐데...” 김 씨의 부인 허영선씨(54. 가명)의 하소연이다.
中장기이식 5천건 중 1천건이 한국인 '高비용·高위험'
최근 장기이식을 위해 중국을 찾는 장기부전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 중국 장기이식 소개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자에 따르면 중국에서 시행되는 연간 5000건의 이식수술 중 1/5인 1000건 가량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워낙 한국인들이 장기이식을 위해 많이 찾다보니 이를 별도로 관리하는 조직이 생겨날 정도다. 이들은 식사와 통역, 공항 출입문제, 간병인 문제 등도 간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를 알선하는 개인 및 인터넷 홈페이지 등도 봇물을 이룬다. 개인 브로커는 물론 중국 병원 코디네이터가 운영한다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많은 환자들이 중국행을 결심하고 있다.
합법적인 단체라고 주장하는 한 인터넷 알선 업체 관리자는 “중국도 장기매매에 관한 관련 법규가 엄격하다보니 대부분의 외국인 장기이식이 불법”이라며 “그렇다보니 개인브로커 등을 통한 불법 알선이 판치고 있고 이로 인한 폐단도 만만치 않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장기이식을 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중국에 들어갈 경우 병원과의 계약 조건 등이 달라 시기를 놓쳐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 환자의 감염과 면역력 등에 대한 정보가 올바로 전달되지 않아 감염과 거부반응, 간동맥 혈전 등 부작용이 발생해 대출혈로 이어지는 일도 다반사다.
한 병원 코디네이터는 "중국으로 가서 시기를 놓치는 것도 위험하지만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환자 상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 수술시 감염부위가 혈관으로 침투돼 대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며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한 면역억제제도 무분별하게 투여하면 신체 면역성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고 위험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모두 불법은 아니다. 일부 알선 업체 등은 환자의 진료차트를 중국으로 보내 신중하게 검토한 후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수술비는 중국 내국인보다 5배 가량 비싸다.
한 알선업체 관계자는 "환자마다 비용이 각각 다르지만 수술비 30만인민폐(4500만원)에 식사, 통역비 등 1달에 5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사실상 막대한 외화 유출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규모 실태조사 착수…中공조 대책 시급
이러한 폐단이 속출하자 국내 의학계가 대규모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대한이식학회는 그동안 장기이식을 위해 중국으로 향한 환자들의 규모와 부작용 등 실태 파악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식학회의 한 교수는 “중국에서 수술을 받고 여러 부작용들이 발생, 혼수상태로 국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사실상 이미 손쓸 방법이 없는 사례가 거의 80~90%에 달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중국 장기이식수술의 수준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식수술은 집도의는 물론 전체 의료진들의 팀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부작용의 조기 발견 및 응급처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바로미터고 이러한 팀웍은 부단한 임상경험의 축적으로 가능한 것인데 무작정 공급이 많다고 중국으로 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중국에서도 불법 장기이식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위생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5만5000건의 장기이식수술이 이뤄졌으나 불법 수술까지 합하면 훨씬 많은 수술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학회의 또 다른 교수는 “중국에서는 불법으로 장기이식하는 것에 대해 규제하고 통제할 법령과 규정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그래서 중국에서는 조만간 장기이식에 필요한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갖춘 병원에 대해 심사를 거쳐 장기이식수술 자격을 주는 장기이식 허가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중국과 공조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중국도 불법 장기이식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만큼 함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정부에서 나서야 할 분야는 장기이식의 국가관리체제가 아닌 바로 이러한 분야”라고 꼬집었다.
그는 “장기매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장기이식의 국가관리체제가 정착돼왔으나 이제는 이보다 앞선 정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할 시점”이라며 “선진국 처럼 민간 시스템 아래 이를 위탁하면서도 매매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학계 등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마련, 지금처럼 장기부전환자들이 중국으로까지 나서는 폐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식학회는 오는 22일 열리는 추계학술대회에서 그간 진행돼온 국내인의 중국 장기이식 수술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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