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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의료 입구 열어둔 채 출구만 단속 '시늉'
[ 2004년 10월 18일 14시 42분 ]
정부의 공인을 받지 않은 민간자격증이 넘쳐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민간자격 중에는 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된 자격증도 적지 않아 의료법 위반 사례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의 물리적 충돌로 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400여종에 달한다는 국가 비공인 민간자격증의 문제점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상]민간자격의 반란…이젠 병의원 감시자 '자임'
[하]유사의료 입구 열어둔 채 출구만 단속 시늉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국가 및 민간자격 관리ㆍ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공인 민간자격제도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당시 감사원은 10개 부처 소관 스포츠마사지사, 발관리사 등 92개 민간자격의 직무내용이 기존 국가자격자와 유사하거나 법령에서 금하고 있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민간자격의 신설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는 자격기본법상 국민의 생명ㆍ건강 및 안전에 직결되거나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분야의 경우 민간자격 신설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행위와 유사한 민간자격자들이 배출되는 것은 근절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민간자격을 신설해 관리·운영할 수 없는 분야를 위반한 민간자격관리자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자격기본법에 두고, 실효성 있는 단속 및 제재방안을 마련하라고 교육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고, 의료계와 민간자격자간 갈등이 계속되면서 일부에서는 이를 밥그릇싸움으로 간주해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7월 한국세미퍼머넌트메이크업협회가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려 하자 의료계는 비의료인들의 불법 반영구화장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를 창립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며, 지금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안마사와 스포츠마사지사간 영업권을 둘러싼 법정공방이 현재 벌어지고 있으며, 상당수 카이로프랙틱, 비만관리, 피부미용, 수지침 등의 민간자격 취득자들이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 구속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은 정부가 민간자격를 취득할 수 있는 입구를 열어둔 채 출구만 단속하는 임기응변식 대응에서 찾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일부 미용학원에서 행해지고 있는 반영구화장이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행정해석을 내린 바 있으며, 교육인적자원부도 피부박피술이나 퍼머넌트메이크업 등의 의료행위를 사설학원에서 교육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민간단체들은 여전히 민간자격시험 응시 수강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추산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비공인 민간자격 취득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의료분야 민간자격은 자격기본법 뿐만 아니라 의료법상 불법의료행위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가 민간 연수기관에 대해 제제를 가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측은 “세미퍼머넌트는 일부 비의료인들이 호도하는 것처럼 피부의 표피에만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이 아니라 진피 상부에까지 색소를 입혀야 하는 기존의 문신과 다를 바 없는 의료행위”라면서 “각 부처가 연수교육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못 박았다.
반면 일부 의료계는 민간자격 자체를 폐지하기보다 비의료인들이 영업을 할 수 있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 의료인협회 고위관계자는 “민간자격 취득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인 이외에 영업권을 제한하는 것이 부당하게 보일 수도 있어 서로 발목을 잡고 싸울 것이 아니라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일부 외국에서 시행하는 것과 같이 민간자격자의 영업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으며 마찰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민간자격 취득자들의 불법행위와 자격남발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자 교육부는 자격기본법을 개정, 2006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의 생명·건강·안전·국방에 직결되는 분야는 민간자격 신설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민간자격에 대해서는 국가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자격 문제가 쉽게 해결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의료계 한 인사는 “의료행위가 적절한지 여부는 의료인이나 민간자격자가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답은 명확하다”면서 “의료계가 민간자격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창욱기자 dha826@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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