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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효능 있되 근거 모르는 '비싼독감'
[ 2004년 10월 21일 02시 38분 ]
"1만5000원짜리 독감주사와 2만5000원짜리 독감주사의 효능에 큰 차이가 없다"

식약청 발표에 의료계가 들썩이고 있다. 게다가 일부 언론은 '차이가 거의 없다'를 '전혀 없다'라고 보도해 더욱 물의를 빚고 있다. '장삿속'이라는 문구도 서슴치 않아 병원들은 졸지에 돈만 아는 거짓말쟁이가 돼버렸다.

의료계에서는 강력한 항변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고소를 해야한다, 이번에는 의사들을 희생양으로 무엇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냐, 효과의 차이는 분명 있다" 등등. 하지만 정작 발빠른 대응은 눈에 띠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일을 보니 얼마전 기자가 독감주사를 맞을때가 생각난다. 안내문에는 △일반:1만5000원-항체생성 1개월후, 5개월 효과지속 △프리미엄:2만5000원-항체생성 1주일후, 효과지속 1년이라고 써 있었다.

별 말이 없었는데 1만5000원을 받았다. "프리미엄 아닌가요?" 묻자 간호조무사는 "프리미엄이 뭔데요?"라고 반문했다. 안내문을 들이밀자 그제서야 "노약자가 아니시면 일반독감도 괜찮아요"라고 얼버무렸다. 의사도 환자에게 독감주사에 대한 선택권을 주지 않았고 주사를 놓은 간호조무사 역시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태의 문제점은 여기에서 찾아지는 것 같다. 보도의 부당성을 제기하려면 비싼 독감이 싼 독감보다 고품질이라는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개원가에서는 근거는 둘째 치고 두가지 독감 주사의 차이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 잘못됐는데, 화가나는데 할 말이 없을 수 밖에 없다.

한 내과 개원의는 "그냥 제약회사에서 가져다 주길래 붙인건데…" 말끝을 흐린다. "제약사의 마케팅 전략에 휘말렸던 것 같다. 런칭때 항목별로 자세히 검토해 볼걸 잘못했다"는 등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능이 사실무근인게 알려져도 말그대로 홍보문구일 수 밖에 없는 제약사 홍보 문구를 그냥 사용했다면 의사는 유구무언이다. 각 항목별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에 의해 바른 정보를 취사할 수 있어야 한다.

약을 올바로 알리는 것은 국민 건강은 물론 의사로서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늘 하던 일이니까, 별 문제 없었으니까"라고 무심코 지나쳐 왔다면 이번 사태가 이러한 매너리즘에 경종을 울려야 되지 않을까 한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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