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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低출산' 개명론 촉발…전문과 영역 붕괴?
[ 2004년 10월 24일 13시 19분 ]
저출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문제가 의료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최근 폐업률이 최고조에 달한 소아과와 산부인과. 저출산으로 인한 환자수 감소는 근본적으로 이들 과외에도 다른 진료과에도 영향을 미쳐 의료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그 중 하나가 최근 산부인과의 여성의학과 개명이 단초가 된 전문과별 영역 붕괴다. 이는 오랜 시간 유지돼온 전문의제도 체계 및 근간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편집자주]

[上] ‘低출산’ 개명론 촉발…전문의제 개편 예고
[下] 전문의제 개편 ‘포괄성 vs 전문성’ 岐路
[수첩]“女性의학과 아닌 與成의학과”


저출산, 여성의학과 개명론 촉발…전문과별 경계 붕괴

24일까지 열린 산부인과학회에서는 ‘여성의학과’로의 개명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팽팽한 찬반론이 오갔다.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가 됐다. 분만이 줄어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개원의가 50%대를 육박한다. 산부인과개원가가 살기 위해서는 새 진료영역이 필요하다"

개명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이기철 의무이사는 "2002년 1400건에 달하던 분만건수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1200건으로 줄어들었다"며 "분만이 줄어들면서 새 진료영역 모색이 필요하고 이를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괄목할만한 점은 전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내과 교수는 "특정과의 일에 전 의료계가 들썩이는 것은 그만큼 이번 개명이 전과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진단검사의학과와 영상의학과 등 과명을 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산부인과의 여성의학과로의 개명에 전 의료계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유례 없었던 진료 영역의 폭넓은 확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개명론이 대두되면서부터 의료계에는 “여성의학과가 생긴다면 의료계에는 남성의학과와 여성의학과만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는 비판론이 비등하다. 그만큼 ‘여성의학’이라는 분야가 포괄하는 의미는 넓다.

여성의학과로 개명될 경우 요실금과 비만, 성형, 노화방지 등은 물론 여성이 걸릴 수 있는 모든 질환이 사실상 전문진료과목으로 해당되게 되는 탓이다.

이러한 개명 문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전문과별 영역 붕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치료방사선을 방사선종양으로, 임상병리를 진단검사로 방사선과를 영상의학과로 바꾸는 것은 과의 이미지 쇄신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차원에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개명은 그 범주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아과를 소아청소년과로, 흉부외과를 흉부심장혈관외과로, 마취과를 마취통증의학과로 개명하고자 하는 것은 환자수의 증대를 위해 진료 영역을 넓힌다는 취지가 다분히 내재된 것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청소년분야의 진료에 있어서는 내과와의 갈등을, 통증의학분야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의 반발을 사왔다. 만약 산부인과가 본격적으로 여성의학과 개명에 대한 공론화에 착수한다면 이에 반대표를 던질 과들은 거의 전체 전문과가 될 것이 자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고광덕 총무이사는 “여성의학과로 개명하는 것은 전문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타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해 전문과별 경계를 허물어 카오스를 초래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소아과 한 교수도 "저출산 시대로 환자가 점차 줄어들자 신환 발생을 위해 진료 영역을 넓히고자 하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일고 있다"며 "저출산과 고령화가 개명 등을 통한 전문의 제도의 기본 체계는 물론 의료계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계의 전문과별 경계 붕괴가 환자들에게 미칠 혼란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 이사는 "여성이 눈이 아프면 여성의학과를 가야 하는가 아니면 안과를 가야 하는가, 할머니가 아프면 노인의학과를 가야 하는가 아니면 여성의학과를 가야 하는가"라고 화두를 던지며 "진료과별 붕괴로 인한 전문의제 개편은 의료계는 물론 전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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