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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2300억 기부문화와 삼성 암센터
[ 2004년 11월 03일 10시 33분 ]
삼성암센터가 본격적인 터파기에 들어갔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2300억이라는 거대 자금은 삼성전자와 전기 등 각 계열사로부터 기부를 받아 조성됐다.

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 암센터를 위한 자금 출처를 의문시하던 눈들은 이 소식에 "수익이 많이 나는 기업이니까 쉽게 기부를 받았겠지" 하고 당연시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 정도밖에 안되는가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재벌병원이 넘치는 돈으로 병원 규모만 늘리고 있다"는 비난의 눈초리를 어김없이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암센터 건립에 오랜시간 공을 들여온 이종철 원장은 "수익과 무관하게 기부 문화라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 정립돼 있는가? 이렇게 백안시 할 때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는 힘든 속내를 내비친다.

신관 건립 공언 이후 5년간 자금 확보를 위해 이 원장은 정말 발에 땀이나도록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사 말이지 참으로 힘든 설득의 시기였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한 계열사에서 많은 기부금을 선뜻 받은 것이 아니라 십시일반 조성된 자금이라는 측면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엿보인다.

어떤 사업이든 확실해져 실행될때까지 절대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소위 보안에 철저한 '삼성 문화'다. 그동안 시행 전까지 삼성 내부에서 이뤄지는 계획들은 거의 담장을 넘지 않아왔다.

그런 삼성이 언론과 타 병원들의 이목과 비판 속에서 신관 건립 공언 이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를 답보 상태로 묻어왔다. 이는 그만큼 자금 확보가 어려웠고, 보직자들과 실무진의 괴로움이 생각보다 컸음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단면이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이윤이 많이 나는 삼성' 인데도 이렇게 5년간이나 기부받기가 어려웠다는 측면을 떠올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기부에 인색한 문화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보험 수가체계가 엉망일수록, 의료계가 어려울수록 의료 질(質) 향상을 위해서는 전 사회가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데 공감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 원장의 지론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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