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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수가협상서 공단 이사장은 빠져라"
[ 2004년 11월 15일 03시 03분 ]
내년도 수가계약을 위한 건강보험공단과 요양급여비용협의회간의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공단 이사장의 협상권에 대한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단 이사장은 수가계약 당사자임도 불구하고 협상안에 대해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을 우선 거쳐야한다는 점에서 공단 이사장이 협상 과정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약계에서는 차라리 수가협상에서 공단 이사장을 배제하고, 재정운영위원회와 직접 담판을 하는 게 수월하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4일 공단과 요양급여비용협의 수가계약 최종협상이 벌어진 서울 캐피탈 호텔 5층에는 환산지수 소위원회 위원들이 별도로 자리를 잡고, 공단 이성재 이사장에게 협상경과를 보고받은 뒤 새 협상안을 짜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성재 이사장이 소위 의결을 받기 위해 협상장을 나서자 요양급여비용협는 협상 테이블에 나선 계약 당사자가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 단체장은 "공단 협상안이 매번 소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 공단 이사장과 협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차라리 재정운영위원들을 다 불러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절차상 불편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단과 의약계가 합의를 해도 재정운영위에서 합의안이 반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공단 이사장보다는 의결권을 가진 재정운영위원들과 직접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공단 이사장의 자율권이 부족하다는 것에는 공단측도 일정부분 동의하는 모습이다.

이미 재정운영위가 협상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의약계의 수용여부를 떠나 공단 이사장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 재정운영위 산하 환산지수 소위에서는 2.65%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예상이 제시된 바 있고, 실제 비공식 최종협상에서 공단이 2.6% 인상안을 내놓았다는 점은 공단 이사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계약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상당부분 의견차이를 좁혀나갔지만 가입자단체의 반발을 감수해가면서까지 합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며 "협상에서 공단 이사장의 권한이 너무 미약하다"고 말했다.

환산지수 소위 핵심관계자 역시 "협상과정에서 공단이 제시한 안은 협상팀이 임의로 제시한 것이지만 범위는 설정돼 있었다"며 "공단 이사장에게 협상전권을 위임하고 싶지만 가입자단체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협상과정에서 공단 이사장의 자율권 문제가 제기되면서 협상 틀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재정운영위원회가 협상 이전에 이미 의약계가 수용할 수 없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기보다는 협상이 가능한 범위를 공단 이사장과 협의, 협상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급여비용협 관계자는 "공단 이사장의 정치적 결단을 가입자단체가 경계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공단이 의약계 입장만을 수용하겠느냐"며 "가입자단체 의견이 절대적인 재정운영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면 향후에도 계약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단 관계자도 "상당부분 좁혀진 입장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에는 공단 이사장의 협상권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는 것도 원인"이라며 "5년째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협상과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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