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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00 의사·환자 모두 '피해' 정부만 '생색'
[ 2004년 11월 28일 21시 16분 ]
무통분만 환불 사태의 여파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가지 진료에 환불을 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 많은 산모들에게 절실한 무통분만을 거부하기까지 등.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의사들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설상가상 불만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쉽게 접근하고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난제도 단초는 있기 마련. 데일리메디가 그 단초가 될 수 있는 실마리를 풀어본다.[편집자주]

[上]100/100하에서 의사·환자 모두 피해-정부만 생색
[下]보험정책 사생아 '100/100' 대책마련 시급

"산모 무통분만 환불사태는 100/100 본인부담금 탓"


의료계에서는 이번 무통분만 환불 파동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급여체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모 무통분만에 적용되고 있는 ‘100/100본인부담금제(이하 100/100)’가 문제라고 꼽는다.

100/100이란 요양급여비용의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면서도 이를 건강보험 급여로 통제하는 제도다. 현재 임신중절을 위한 처치와 D형 간염항체 혈청검사 등 400여개에 가까운 항목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100/100 가격은 터무니 없게 책정되고 있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도수치료 및 증식치료의 경우 기존 2만원~15만원을 받던 것이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무통분만도 경막외마취와 수술후 통증조절에 쓰이는 PCA를 재료비와 투여한 약값만 제한적으로 인정, 마취를 위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초빙료는 산부인과에서 사비로 줘야 한다.

이 같은 비용은 산부인과에서 무통분만시 필요한 최소시술가인 12~15만원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의사들은 6~7만원씩 적자를 보면서 시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 환불 파동은 이 같은 제도상 문제때문에 촉발됐다는 주장이 여기서 비롯된다.

산부인과의사회 최안나 홍보이사는 “무통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은 늘어나는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상당히 큰 적자를 봐가면서 이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시술원가는 보존돼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民 : "도입시 낮은가격 보장 가능하지만 부작용도 적지않아"

산부인과측에서 주장하는 100/100 도입 취지는 이렇다. 비급여 행위로 구분돼있던 항목들을 보험제도로 편입시키고, 천차만별인 관행수가를 단일 가격으로 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단일화된 가격으로 급여화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좋은 제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여기에다 이들 항목이 비급여에서 100/100으로 전환되면 가격이 크게 낮아져 환자가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는 제도라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의협 신창록 보험이사는 “이 제도는 국민들이 급여라는 제도권 안에서 받아야 할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환자가 진료를 선택할 권리도 박탈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산부인과학회 김승룡 사무총장(한양의대)도 “특히 각 의료기관이 이 제도로 인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시술을 기피할 경우 국민들은 정말 시술이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무통분만 중단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가를 보상하지 못하면 이에 맞추기 위해 저렴한 시술법을 채택하는 등의료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번 무통분만 중단으로 인해 산모들의 불안감은 매우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임산부는 “다음 주가 출산예정일인데 정말 두렵다. 다니던 병원에서 무통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신 이사는 “보험재정이 고갈됐다는 이유로 항목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무통분만건을 필두로 행정소송 등 본격적인 100/100폐지 운동에 착수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현재 실제 피해 사례를 각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수집하고 있다.

醫 : "낮은 금액 책정 사실상 시술 불가능…진료권 박탈"

이번 무통분만 환불 사태와 같이 400여개에 가까운 100/100 항목 중 제대로 가격이 책정됐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사실상 심각한 건보재정난을 해소하자는 취지가 담겼던 제도인만큼 보상가가 낮게 책정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100/100이라는 제도자체가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긴 하지만 그 특수성을 살펴봐도 분명 이는 탄탄한 보험재정 하에서만 올바로 이행될 수 있는 제도”라며 “현 시스템에서는 단순한 수가통제용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진료 일선에 있는 의사에게 원가 보존이 안되는 금액은 사실상 해당 시술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특히 최근처럼 개원가 등 의료계 전반에 불황의 그늘이 짙은 때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번에 사태가 촉발된 무통분만건은 저출산 등으로 가장 힘들다는 산부인과다.

산부인과 또 다른 개원의는 “산모들이 좀더 편안하게 분만을 할 수 있다는데, 저출산이 너무도 걱정되는데 시술을 사실상 할 수가 없다”며 “당장 문을 닫을 상황인데 손해를 감수하면서 무통분만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신의료행위에 대한 발전도 더뎌지게 된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재활의학과 한 개원의는 “많은 돈과 노력, 시간을 들여 힘들게 새 시술법을 익히고 이를 환자들에게 적용하고자 하는데 금액을 이 같은 노력이 보상될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책정해 버린다면 누가 새 기술을 배우고자 하겠는가”라며 “의료계 발전을 저하시키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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