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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진 환자들, 병의원에 역공(逆攻) 시작"
[ 2005년 01월 02일 12시 46분 ]
환자들의 역공(逆攻)이 시작됐다. 말 그대로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듯 싶다.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져오던 ‘의료’와 ‘병원’에 대해 환자들이 이제 그 내밀한 속을 파헤치며 거꾸로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의사의 진료와 병원의 방침에 묵묵히 따르던 ‘의사-환자’, ‘병원-환자’간 오랜 수직 관계가 수평점을 찾아가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시작에 불과한 꿈틀거림이지만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그 출발선에 함께 서보자. [편집자주]

[上]"환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
[下]"병원이 달라진다·의사가 바뀐다"


의료소송 10년새 10배 '급증'…환자 승소 늘어

변화하는 환자상을 찾아볼 수 있는 가장 단적인 예가 바로 의료소송의 급격한 증가다. 극단적 수단으로 의사의 멱살을 잡는 수 밖에 없었던 환자들이 이제 법원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92년 82건에 불과했던 의료소송은 2002년 882건으로 10배 가량 증가했다. 2003년에는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2004년에는 전년대비 12%증가한 775건을 기록했다.

또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의하면 2004년 상반기에 접수된 의료상담은 6492건이었으며 의료구제는 392건으로 전년 대비 22.5% 늘었다.

단순히 소송 건수만 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원고측인 환자가 승소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법무법인 일신 김선중 변호사의 ‘의료과오의 유형적 분석’ 논문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해결된 의료소송 사건 중 원고 승소판결은 29건(26.4%)였다. 2004년에는 이보다 늘어난 39건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조정이나 화해를 통해 환자에게 배상금이 돌아가는 경우까지 합하면 전체의 60%가 환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추세다.

특히 점차 재판부의 판결이 원고의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상당정도 경감해주는 방향으로 내려지고 있으며 조만간 의료공급자가 아닌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추진될 계획이어서 이 같은 추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정보 접근능력 향상…똑똑해지는 환자들

이렇게 용기있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는 소비자보호원이나 YMCA, 의료사고시민연합 등 시민 단체들의 힘도, 점차 증가하는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도 한 몫 하고 있다는 평가다.

환자의 권리를 찾아주려 하는 이 같은 환경 조성도 괄목할만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렇게 주어진 정보를, 주어진 환경을 적절히 활용할줄 아는 환자들의 정보접근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지난 2004년도의 경우만 살펴봐도 환자들이 정보를 통해 얼마나 현명하고 빠르게 대처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정부가 12월부터 정관수술에 대한 보험혜택 배제 방침을 발표하자 11월부터 비뇨기과에는 수술을 하려고 하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보험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현재 정관수술 수가 8만460원을 모두 환자가 부담, 현재 3만원인 본인부담금이 20~30원대까지 높아진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또 MRI가 2005년부터 급여화된다는 정책에도 환자들은 과민할 정도로 민감하게 움직였다. 해를 넘기게되면 많게는 40~50만원까지도 검사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탓이다.

12월로 검사가 잡혀있던 환자들 중 다소 여유가 있는 환자들은 검사를 1월로 연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병원과 환자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경기 불황 탓이기도 하지만 환자들이 점차 급여제도나 보험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자 하는 양상이 발견된다”며 “예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러한 움직임은 여러 단체와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 접근도가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조리에 환자들 자발적 합심…정책결정에도 한몫"

일등 공신은 단연코 인터넷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여러정보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제 시민단체나 변호사 등의 도움 없이 피해를 입은 환자들 스스로가 인터넷 공간에서 함께 뭉쳐 부조리를 바꿔보고자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약의 부작용 체험 사례를 서로 나누며 제약사를 상대로 적정 보상이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미 보편화된 일이다.

최근에는 국내 전체를 들썩거리며 무통분만 환불 사태가 촉발되기도 했다.

산모들이 한 인터넷 카페에서 무통분만비를 100/100이라는 현 보험규정을 위반해 비급여 형식으로 추가해 받는 병원들을 서로 고발하고 환불 받는 운동을 펼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으며 산부인과에서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결국 정책 결정에까지 반영됐다. 이번 사태를 단초로 아예 100/100본인부담금제를 폐지하자는 운동도 한창이다.

한 산부인과 교수는 "이번 사례와 같이 점차 부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먼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환자들이 합심할 수 있어 그 위력은 여느 시민단체보다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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