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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바뀌고 병원은 달라지고…
[ 2005년 01월 03일 10시 24분 ]
환자들의 역공(逆攻)이 시작됐다. 말 그대로 혁명이라고 해도 좋을듯 싶다.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져오던 ‘의료’와 ‘병원’에 대해 환자들이 이제 그 내밀한 속을 파헤치며 거꾸로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의사의 진료와 병원의 방침에 묵묵히 따르던 ‘의사-환자’, ‘병원-환자’간 오랜 수직 관계가 수평점을 찾아가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시작에 불과한 꿈틀거림이지만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그 출발선에 함께 서보자. [편집자주]
[上]"똑똑한 환자들, 병의원에 역공(逆攻) 시작"
[下]"의사는 바뀌고 병원은 달라지고"
"환자권리와 의사진료권 반비례한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많은 정보를 사전에 미리 알고 옵니다. 어쩔때는 진단이나 치료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해 곤란한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한 대학병원 교수의 전언이다. 그만큼 환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루트는 다양해졌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정보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예년 같으면 그냥 묻어질 수 있는 작은 실수도 의료분쟁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의사 및 병원의 진료권 침해와 의사의 소극 진료 야기 등을 들어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한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의료사고 판결은 지나치게 환자보호정책에 치우쳐있어 의사들의 방어진료를 초래하는 등 의료현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적정의료를 보장하지 못하는 건보체계에서 최선의 진료를 기준으로 의료과실을 판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특히 점차 '계란으로 바위치기'격이였던 의료소송에서 환자들이 승소하거나 배상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교수도 "환자가 의사 대신 자신의 질병을 진단하고, 의사가 진단한 것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수많은 진단기기와 의사가 왜 필요하겠는가"라며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에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그동안 없던, 불법적이던 환자 권리를 합법적으로 찾으려는 시작일 뿐 알권리를 과도하게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나치게 오랜시간 수직관계가 유지돼다보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라고 대변했다.
이어 그는 "환자들의 건강권 보장에 대한 의식 향상은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동발전을 모색하는 첩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이 달라진다-의사가 바뀐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병원도, 의사도 변화의 물결에 대해서는 순응하는 분위기다.
환자권리장전을 각 병원마다 선포하고 '환자중심병원'을 전면에 표방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또 갖가지 직원 친절, 서비스 교육이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대기시간 단축 등 환자를 먼저 생각하고자 하는 시도들도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병원계에 '환자중심문화'라는 바람을 불러일으킨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응급실 퇴원설명문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퇴원 당일 검사결과와 투약 및 처치내용 등에 대해 직접 구두 설명하는 것으로 응급실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취지를 갖는다.
이대목동병원은 보험과 전직원에게 14대의 노트북을 지급, 병동별로 상주하면서 퇴원 환자의 진료비 계산서를 현장에서 직접 출력해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병원 심사과 한 관계자는 "직원이 직접 진료내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이와 함께 진료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의사들도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진료실에서 일방적으로 환자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며 '3분 진료'를 하는 교수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개원가에서는 '환자=고객'이라는 마인드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친절한 의사, 설명 잘해주는 의사라는 이미지를 통해 단골 고객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실시된 복지부의 의료기관평가는 앞으로 의료계에 환자중심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느린걸음…장기적 안목 가져야"
하지만 변화의 속도면에 있어 병원과 의사들에게 내려지는 평가는 아직 느림보다.
건강권에 대해 급속도로 높아지는 국민들의 인식에 비해 너무 느린 걸음이라는 지적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국민들의 인식변화에 비해 의료환경이 따라가지 못해 지속적으로 갭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의료계에 대한, 의사와 병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의료기관마다 민원이 폭주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각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환자중심 제도들이 표면상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대두된다.
아직도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의무화한 처방전 2장 발급이 20%선의 의료기관에서만 지켜지고 있는 등 의사와 환자의, 의료기관과 환자의 신뢰를 회복할만한 근본적인 부분의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이제 더 이상 환자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 증대를 밥그릇 싸움이나 단기적인 시각으로 권리 침해 등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환자에게 의료기관이 선택이 된만큼 이러한 단기적이고 권위적인 인식은 병원의 경영난과도 직결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장기적으로 어떠한 방향이 환자와 의료기관간, 병원간에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환자들의 요구에 신축적이고 노련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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