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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韓, 개원가는 대립 병원계는 협진
[ 2005년 02월 13일 21시 50분 ]
지난해 법원의 ‘한방병원 CT 사용 가능’ 판결이후 의료계와 한의계간 대립 각이 날카로워지면서 접점을 찾기 힘든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한방 CT는 당사자 격인 서초구보건소가 항소를 한데 이어 방사선학회도 가세했고 방사선과 교수들이 한의대 출강을 중단키로 방침을 정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내과의사회와 소아과개원의협의회가 이와 별도로 한의학의 위험을 경고하는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제작할 예정이고 한의계 역시 법적 대응 등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 팽팽,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한의대가 있는 일부 대학 부속병원은 의학과 한의학을 접목, 새로운 진료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수년간 지속해오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구체화 전략을 마련 중이다.그 현실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한의계와 접점없이 대립 각으로 치닫는 개원가

'감기'를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간 갈등이 골은 내과의사회와 회장단에 한의계의 잇단 협박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측면서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협박의 요지는 최근 착수한 '한약복용 환자피해 줄이기 캠페인'을 철수하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가하겠다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급기야 내과의사회는 이사회를 열어 장동익 회장에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가히 점입가경의 생명 위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맞서 내과의사회는 최근 한약복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포스터 제작뿐 아니라 한약은 효과없다는 내용의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내과의사회는 한의계와의 전면전에 대비해 한약복용에 따른 피해사례를 수집, 제작중인 책자에 반영할 방침이다.

물론 한의계의 반응도 격해지고 있다. 개원한의사협회는 내과의사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도 검토하는 등 강력한 맞불카드를 내놓았다.

내과의사회에 이어 소아과개원의협의회도 한방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는 내용의 포스터 제작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돼 그 여파가 주목된다. CT 등 의료기기에 이어 한약 등 한방 전체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한의계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 개원의는 "이번 사태는 잘못 대응하면 의료계 전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협회 차원서 문제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상의학회 교수 한의대 출강 거부-의협 "의료일원화" 추진

한의사 CT 사용와 관련, 의료계에서 당사자 격인 진단방사선과 의사들이 병원 판결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의대 강의에 나가지 않기로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영상의학회는 최근 '한의과대학의 진단방사선학 강의참여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 이 같은 학회의 입장을 표명하며 회원들이 한의대 강의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학회는 “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민에게 득보다 피해가 클 것으로 생각되는 강의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무자격자가 의학교육을 받고자 할 경우 의료제도 질서가 붕괴되고 국민건강에 피해를 줄 위험이 크므로 제한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의협의 입장도 단호하다. 의협은 CT건의 경우 서초구보건소와 영상의학회의 방침을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양한방 의료일원화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사안들은 의료계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뜻을 관철하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에서는 의협 집행부가 한의계와 관련된 사태에 대해 사전 준비가 소홀했고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아 김재정 회장 집행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양한방 협진이 돌파구" 새활로 찾는 대형병원

병원계의 의학과 한의학 협진 분위기는 예전부터 진행됐다. 구체화되지 못했을뿐 관심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희의료원. 하지만 경희의료원은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고덕병원을 올해 준공하고 유명철 원장을 임명하는 등 새로운 발전 모티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양방을 주축으로 하되 진료 및 공간개념에 실질적인 양한방 협진 아이템을 접목시킨다는 방침이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성장동력으로 협진은 기본이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 전체 가닥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의료진간 공감대 형성 등 기본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는 5월 개원하는 동국대병원도 200병상 정도의 한방병원을 갖춘다. 병원은 양한방 독립된 체제로 가고 협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장기적으론 보완, 협력하는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병원은 양한방 협진을 무리해서 하면 거부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 상호 독립적 시스템으로 가되 의사와 한의사간 교류를 통해 협진의 물꼬를 트고 나아가 그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움직임도 한 때 주목받았다. 병원은 몇년 전 하버드의대와 공동으로 큰 경비를 들여 ‘보완의학’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보완의학은 양한방 협진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당시 병원 내부뿐만 아니라 병원계 전반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핵심은 “서울아산병원이 한방을 도입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일부 교수들은 의학의 한계성을 한의학으로 보완하는 학문적 접근에 찬성하는 상태이고 연구도 부분적으로 지속하고 있다. 구체화되고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양쪽 학문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는 셈이어서 앞으로 병원이 이 같은 흐름에 어떤 접근을 꾀할지가 주목된다.

이들 병원외에도 원광대 등 일부 지방대학병원에서도 한의학의 접목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이며 정부도 한방 단독연구는 물론 협진을 위한 연구비 지원 등을 속속 발표, 현재의 의료계와 한의계간 갈등과는 양태가 다른 실정이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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