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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韓 맞불' 의료 르네상스 태동하나
[ 2005년 02월 13일 13시 29분 ]
지난해 말 한의사 CT 사용에 대한 법원의 판결로 인해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해묵은 의료계와 한의계간의 소위 ‘양한 분쟁’이 올해 들어 감기 등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 의료 양대 산맥의 논쟁으로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갈등의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이전의 분쟁은 사안별로 덮여버리거나 유야무야됐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늘 뒷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작부터 심상찮다. 의료계에서는 이 참에 "뿌리를 뽑자"는 근간을 흔드는 강경한 움직임이다.
[편집자주]
[上] '醫-韓 맞불' 의료 르네상스 태동하나
[下]의료계-한의계 이제 'NO'…한국적 의료 창출 '答'
의료계-한의계, 갈등 전면전으로 확산
지난 연말 한의사 CT사용을 부당면허행위로 판단, 3개월의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보건당국에 대한 취소청구 재판에서 예상을 뒤엎고 피고측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의료계와 한의계의 오랜 골에 불을 지핀 꼴이 됐다. 의료계에서는 보조참가인이었던 영상의학회를 필두로 너나 할 것 없이 그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학계와 개원가, 병원계가 총 망라됐다.
여기에 한의계의 ‘감기’에 대한 대국민 홍보 활동은 불씨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개원가에서 반발감이 공개적을 표출되기 시작했다.
우선 내과의사회가 필두에 섰다. '한약 복용에 따른 피해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포스터를 3800명 각 회원들에게 배포하면서 맞수를 뒀다.
감기와 직결돼있는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에서도 이에 지지를 보내며 동참하고 있고 소아과개원의협의회에서도 자체적으로 포스터를 제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의료계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의계에서는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의 '감기는 한방으로'란 포스터에 이어 대구시한의사회도 이와 별도로 '감기, 한의원에서 한방에 보내세요'란 제목의 포스터 1000장을 만들어 한의원에 배포키로 했다.
의료계와 한의계 두 직역에서는 이번 기회에 아예 오래된 갈등을 뿌리 뽑아버린다는 생각이다. 또 한발자국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몸둘바를 모르며 여전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국민들에게 자칫 양·한방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사실은 한방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의학과 한의학의 명확한 선을 긋고 물론 한의학의 모순도 속속히 드러낼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도 “한의계의 진료활동과 진단행위는 관습적으로도 법령에 구체적 금지 조항이 없다”며 “질병에 대한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한방을 비과학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일방적이다"고 반론을 펼쳤다.
양한방 의료 이원화제도 폐지가 해법?
CT 문제에서부터 의료계가 들고나선 카드는 ‘의료일원화’다. 한의사 CT사용 허용에 손을 들어준 것은 의료 이원화에 대한 전제를 법원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데 따른 것이다.
이는 결국 의학이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의학과 한의학으로 나누기 어렵다는 순환론적 문제에 집약됐다. 결국 고대의학과 현대의학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 의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의과대에서 앞다퉈 대체의학을 연구할 정도인데 우리는 서로 교류보다는 수시로 갈등을 빚고 있다"며 “일원화라는 제도를 통해 이를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의계에서는 의료계의 ‘일원화’ 카드에 부담을 안고 있는 모양새다. 왜 이번 소송과 무관한 일원화를 거론하느냐는 지적이 봇물을 이룬다.
일원화로 제도권안에 포함되지 못하면 한의학의 전통적 근간도 사실상 흔들리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일원화’라는 제도로 두 직역을 묶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인가.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한의학의 분쟁은 단순한 이권다툼이 아닌 현대적 가치와 전통적 가치의 충돌”이라며 “어떻게 그 개념을 재조정해나가는가가 이 문제의 해결점이 될 것이고 물리적으로 일원화로 묶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의계 한 인사도 “법의 잣대나 정부의 규제로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다는 점은 정신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신시대와 구시대의 문제에 대한 치열한 의견교환이 의료계에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관념적 동양의학과 서구의 근대의학을 명치유신때부터 재정리했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그동안 지나치게 이 문제에 있어서 너그러워 왔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이권다툼이나 직역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겠지만 뿌리를 뽑자는 것, 근간을 흔들자는 것 자체가 오히려 바람직하다”며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고 이러한 의학의 르네상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켜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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