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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국민 정서법
[ 2005년 03월 15일 22시 01분 ]
대한민국에는 특별한 법이 존재한다. "헌법보다 상위 개념에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인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전에 규정된 성문법은 아니다.
지난해 수도이전 반대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 관습법도 그 일환이다. 이를 포괄하는 측면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국민 정서법'. 정치학과 언론학적 측면에서 보면 여론, 다수의 민심도 이 법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총칼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개막 전에 불과한 양상이지만 의협이 개원한의사협회를 검찰에 고발까지 한 상황으로 현재로선 타협점이 전혀 없어 보인다. 양측 모두 사활 걸린 싸움을 피할 수 없는 양상이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환자와 그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 여기에 의료라는 포장을 씌운 한의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자구책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반면 한의계는 한의사도 의사로서 현대의학의 영역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의계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사실만을 놓고 보면 의사들 주장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의료와 관련된 모든 사안이 노출되고 공개, 나아가 통제되는 현실과 비교해 보면 한의계는 그렇지 못하다. 기준 없는 천차만별의 약값부터 중금속 덩어리인 저질 중국산 한약재의 범람, 규명되지 않은 비과학적 요법 등 단속과 제재,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수없이 많다.
그런 측면서 이번 의료계의 '한약 부작용' 등 문제 제기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자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한의학이 더욱 발전된 학문으로서 거듭나고 국민건강에 기여하기 위한 측면에서라도 그렇다. 정부 역시 이 사안을 두 단체간 이익다툼이나 밥그릇 싸움으로 간과해서는 안되고 중재안이나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번 의료계의 문제 제기를 보면서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모 아니면 도'식의 올인 전략이다. 이분법적 관점으로 한의계와 한의학을 부정하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는 부분이다. 혹자는 그렇게라도 안하면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고개가 끄떡여지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이 바로 '국민 정서법'이다. 많은 국민들이 한의학에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다. 몇몇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양약 많이 먹으면 위가 상하지만 한약은 그렇지 않다"라는 속설을 믿으며 한의원을 찾는 윗 세대들이 여전하다. 그런 부모들 영향으로 꾸준히 한약을 먹는 젊은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의료계가 한의학이나 한방 치료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면 여론은 어떨까. "밥그릇 안 뺏길려고 난리구나" 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들의 정서는 의료계의 진의와 어긋날 수 밖에 없다. 여론을 등에 없지 못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물론 기대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한 의료계가 한국적 특수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 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해본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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