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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짬뽕·쌍둥이 석박사 논문' 이유 있네
[ 2005년 03월 22일 21시 32분 ]
개업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등의 석박사 논문 매매가 사실로 드러나 구속영장까지 신청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전주지검은 22일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전북지역 의대, 한의대 등 교수 20여명과 개업의 100여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주말경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소환된 해당 교수들은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고 실험 실습비로 사용했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으며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초점이 ‘의료인의 도덕성’ 등에 맞춰지면서 해당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전반적 정서는 소환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의료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과 ‘현 의료제도의 모순과 폐단’ 등이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일단 의료계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전제하며 “하지만 이번 문제를 의료인의 도덕성에 점철시켜서는 안되는 이유들이 사회 곳곳에 도처해있다”고 지적했다.
한 개원한의사도 “이번 사건에 대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운운하면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돈이 연루된 문제이긴 하지만 돈이 많아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 같은 석박사 학위 매매는 이미 사회 전반에 공공연하게 통용되고 있는 문제로 의료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고질적 병폐다.
또한 최근의 경기 불황으로 인해 개업의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학위=간판’이라는 등식이 성립, 불경기를 타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기인하기도 한다는 주장이다.
한 치과 개업의는 “주변에도 사실상 전공과 무관하게 기초의학 분야의 학위를 따는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다”며 “그 사람들 모두 이렇게까지라도 해야 하는 현실에, 이렇게 해도 생계가 어려운 현실에 염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내용은 같지만 제목만 다른 ‘쌍둥이 논문’ 이나 일부 데이터만 바꾼 ‘짝퉁논문’, 여러 논문을 짜깁기 한 '짬뽕논문' 등이 통용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의료계에서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사실상 기초의학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이 너무 없고 지원도 이뤄지지 않다보니 그동안 이러한 논문에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해당 대학에서도 워낙 공부하려는 사람이 없어 경영상 큰 난관에 봉착해있었던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함께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보완적 조치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의계 한 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직역 이기주의를 거론하면서 싸고 돌 생각은 없다”며 “엄중하게 처벌하돼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고려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어 한 개원의도 “기초의학에 대한 육성과 함께 이들 대학이나 학위를 내세워서까지 생계를 보존해야 하는 의료인들의 상황을 정부는 헤아려야 할 것”이라며 “리베이트 문제 등과 같이 단순한 법의 처벌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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