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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식약청의 이상한 필요충분조건
[ 2005년 04월 04일 21시 57분 ]
최근 제약계는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슬리머’의 허가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번 사안은 제네릭 중심의 국내사와 오리지널 중심의 다국적사 양측의 대립된 이해관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칼자루를 쥔 식약청의 결정에 제약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 제 5조 10항과 7조 6항이다. 제5조 10항은 의약품 제출자료 범위에 관한 규정으로, 재심사 대상인 의약품과 동일한 품목 허가신청시 동등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을 만족시킨다면 한미약품의 슬리머는 현 상황에서 허가가 불가능하며 처음부터 다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리덕틸’ 생산사인 한국애보트와 다국적제약산업협회는 이 조항을 근거로 슬리머의 허가 불가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미약품은 기존에 허가된 의약품과 화학적 골격이 동일한 경우 일부 자료를 면제 받는다는 제7조 6항을 앞세워 상대측의 공격에 맞서고 있다.
이 조항대로라면 한미는 허가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출했고 ‘슬리머’는 시판 허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 두 조항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슬리머’ 허가 관련 간담회에서도 양측의 열띤 논쟁을 관망하며 5조 10항과 7조 6항 모두를 만족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한미약품은 “식약청의 행정지도에 따라 자료를 준비했는데 이제와 ‘NO'를 외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외부의 압력이 작용한다는 통상압력설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번 사안이 수면으로 부상하자 미국대사관은 이례적으로 식약청 출입기자를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자국 회사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한 국가의 행정기관이 외부 압력에 의해 정책결정에 영향을 받을리는 만무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만큼 확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식약청의 주장대로 두 조항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식약청은 공식이 성립될 수 없는 이상한 필요충분조건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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