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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생)의 첫 아픔도 우리 앞에선 비켜간다"
[ 2005년 05월 25일 10시 49분 ]
현재의 의료장비나 의료시스템으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갈 수 있을까?
특히 출산율이 한가구당 1.19명으로 OECD국가중 최하위를 기록중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볼 때 신생아실 및 신생아 의료서비스는 인구관리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현실은 부실하기 짝이없다. 본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를 중심으로 4회에 걸쳐 신생아의 의료환경을 집중 조명해 본다.[편집자註]

1회 : "태어나는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야 한다"
2회 : 신생아 통계시스템의 허점
3회 : 신생아집중치료실 수가의 문제점
4회 : 새생명을 살리자-신생아집중치료실 현장르포


25일 오전 10시 : 지난 4일 봉헌식을 갖고 세계적인 병원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간 신촌 세브란스새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NICU를 들어서는 기자를 맞아주는 백영미 수간호사가 "이곳은 손을 씻어야 들어올 수 있다"며 귀뜸해 준다.

손을 씻고 안에 들어서자 수간호사는 또다른 절차 하나를 제안한다. 바로 위생복으로 갈아 입는 것.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NICU안에 들어선 순간, 눈앞에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미숙아들뿐 아니라 호흡기, 모니터, 펌프 등 굉장히 복잡해 보이고 난생 처음보는 장비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나중에 그 장비들이 미숙아들에게 왜 필요한 지 수간호사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 하!'라는 탄성이 나왔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처음 본 기자의 솔직한 심정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우선 신생아, 특히 너무 빨리(임신 37주 이내) 출산하거나 체중이 정상아보다 너무 가벼워(2.5Kg 미만) 이곳에 들어온 미숙아들을 보는 순간 신기하기도 했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생에 첫 출발이 불행해 보여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오전 11시 : NICU에서 근무하는 장은경 신생아집중치료실 전문간호사는 한마디로 바빴다. 5명의 미숙아를 맡고 있는 장은경 간호사가 하는 업무를 그대로 묘사해 본다.

장 간호사는 임신 30주+5일만에 출생했지만, 체중이 1.82Kg 밖에 안돼 이곳에 들어와 4일째를 맞고 있는 미숙아에게 흐흡기치료를 하고 있다.

체온, 맥박, 호흡수, 혈압을 확인한 후 곧바로 석션(Suction)으로 가레제거 작업을 2~3회 실시한다. 이 작업이 끝나자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주위를 정돈하고, 신생아 주위에 불편한 것이 없는 지 꼼꼼히 체크한다.

장 간호사는 이어 옆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신생아에게 눈길을 돌린다.

임신 30주만에 태어나 체중이 1.05Kg으로 NICU에 입원한 지 17일째를 맞고 있는 이 미숙아에게 장 간호사는 모니터를 보며 체온, 혈압, 맥박 등의 정상여부를 확인한 후 곧바로 Tube feeding(수유)를 실시한다.

또 기저귀를 갈아주고, 미숙아의 자세를 신생아 발달에 이로운 자세로 교정해준다.

장 간호사는 다시 손을 씻은 후 옆에 있는 인큐베이터로 이동, 모니터와 미숙아 상태를 체크한다.

임신 35주, 체중 2.02Kg으로 출생한 이 미숙아는 이곳에 들어온 지 10일째 되는 아이. 이 미숙아는 호흡기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여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난 후 젖병으로 수유해준다.

약 10여분동안의 수유가 끝나자, 가레제거 작업을 또다시 2~3차례 실시한다.

이밖에도 장 간호사는 영양수액을 직접 만들어 주입하는 작업뿐 아니라, 맡고 있는 미숙아들에게 했던 처치들을 신생아집중치료실 기록장부에 일일이 다 기입하는 작업까지 병행한다.

장 간호사는 이날 낮(Day) 근무여서 오후 2시면 퇴근해야 하지만, 오후 4~5시를 넘겨서 퇴근하는 것이 얘사로운 일이 됐다.

장 간호사는 "성인환자는 보호자들이 알아서 하는 일도 많지만, 미숙아들은 간호사가 모든 처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몇백가지 잔일들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며 "이 일은 세세한 숫자까지 신경써야 할 만큼 꼼꼼해야 하며 신생아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NICU 간호사들의 이직율이 타부서보다 낮은 이유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는 사명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간호사는 최근 이같은 자부심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 사례로 한가지를 소개해줬다.

임신 26주+6일만에, 체중 890g으로 태어나, NICU에서 무려 150일동안 입원해 있는 극소저체중아에 대한 얘기다.

이 미숙아는 NICU에 입원하자마자 장기간 호흡기치료를 받아야 했고, 우유도 못먹어 오랫동안 수액으로 영양을 공급받다가 결국 황달과 간기능 저하라는 부작용까지 앓게 됐다.

더구나 탈장까지 겹쳐 수술까지 해야 했고, 저혈압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왔으나, 상태가 호전되어 이틀후면 2.28Kg으로 퇴원하게 된 것이다.

장 간호사는 "이러한 미숙아는 퇴원하더라도 교정나이가 정상아보다 낮아 향후 1~2년동안 재활치료나 안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입원당시 위태위태했던 목숨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 마음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말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 수가차등화, Sub-NICU 등도 필요"

국내 최고의 병원임을 자부하는 세브란스병원 NICU는 매년 약 10억여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적자폭도 타병원에 비하면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국내에서 NICU 병상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A병원의 한해 적자액이 무려 2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NICU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적절히 투자하면 할수록 그 적자폭이 늘어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미숙한 신생아들에게만 사용해야 하는 각종 고가의 재료들이 풍부하게 지급된다"는 장 간호사의 말이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고가의 재료들이 대부분 비급여로 환자에게 청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간호사 1명당 4~5명을 담당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과 달리, 미국은 간호사 1명당 1~2명의 미숙아만 담당하기 때문에 미숙아에 대한 의료행위 뿐아니라 감성적인 치료까지 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신시네티대학과 연세대 간호대학이 공동 운영중인 학위과정을 이수한 장은경 NICU 전문간호사는 "미국의 경우 미숙아가 NICU에서 퇴원할 때 산모에게 수유하는 방법, 신생아를 관찰하는 기술, 응급처치 요령, 발달상황 관찰 요령, 신생아 심폐소생술 들을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NICU에서 상태가 호전되면 곧바로 가정으로 퇴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은 Sub-NICU실에서 일정기간 입원한 후 퇴원조치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선진외국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신생아들에 대한 가정간호사제도가 발달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선진 외국간 NICU 제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시대를 맞아 인구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건보재정도 1조5000억원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할 때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는 '생의 첫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무관심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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