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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의사·명칼잽이' 故김진복교수 애도물결
[ 2005년 08월 17일 21시 59분 ]
1958년 서울의대 졸업 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한 40여년 동안 단 한차례의 휴가도 없이 오직 의사로서의 사명에만 충실해 온 '바보스러울만큼 우직한 의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네스북감의 1만5000여례 위암 수술을 시행, '수술을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불리운 의사. 모아 놓은 돈이 없어 '한심한 박사'라는 소리를 들어야했던 의사. 그러나 의료계의 '큰 별'로서 그를 잃은 많은 이들의 슬픔을 더욱 크게 한 의사.

지난 16일 향년 72세로 타계한 위암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 고(故)김진복 서울의대 명예교수를 일컫는 칭호, 별칭들이다.

‘면역화학수술요법’을 개발, 수술 성공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위암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에 이견을 달 사람이 없을 만큼 엄청난 업적을 평가받고 있는 고 김진복 교수. 그의 업적 뒤에는 그만한 희생이 뒤따랐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에는 17일 1000여명에 가까운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며 애도의 물결로 가득찼다.[사진]

노무현 대통령,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 보낸 조화들을 비롯해 전 의료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이날 슬픔을 함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생전 김진복 교수에 대해 한결같이 '천상 의사'라고 표현했다. 고인 만큼 의사로서의 투철한 사명 의식과 열정을 지닌 사람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고 김진복 교수는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평생 남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임을 늘 강조하며 두달 전 입원하기 전날까지도 집도를 했다.

고인의 사위인 서울의대 양한광 교수(외과)는 "김 교수 당신께서는 수술장에서 죽는 것처럼 영광스러운 것이 없다"며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당시의 고인을 떠올리곤 눈시울을 붉혔다.

연세의대 노성훈 교수는 "생전 김 교수님은 외국학회에 참석하고 오전에 귀국하면 바로 오후부터 수술스케줄을 잡아 놓을 만큼 열정적이셨다"며 "수많은 생명을 살리신 당신을 정작 우리가 살리지 못한 것이 죄스럽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생전 고인은 "수술에는 단 한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며 항상 '원칙에 충실한 완벽'을 강조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대병원 레지던트 시절부터 최근까지 15년간 고인의 곁을 지켜온 인제백병원 이광종 교수는 "생전의 김 교수님은 사람의 생명을 재단하는 수술에는 99점이 없다"며 "100점만이 인정된다는 철학으로 제자들에겐 호랑이 같은 선생님"이라고 회고했다.

인제백병원 박규주 교수도 "외과의사가 99%로 만족한다면 절대 환자를 완치시킬 수 없다"며 "제자들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엄하신 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평상시 고 김진복 교수는 한없이 소탈했을 뿐만 아니라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 또한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번 혼이 난 기억밖에 없다던 많은 후배 교수들은 "칭찬에 인색하셨던 교수님이 그저 툭 던지시는 '잘했다' 말 한마디가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며 "늘 인간다운 자세를 먼저 강조하신 교수님은 시골 농부만큼이나 순수하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물질적인 것보다 새 삶을 얻은 환자들을 보람으로 여겨온 고인의 인술이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아로 새겨지고 있는 가운데 생전 그의 다짐이 귓전을 맴돈다.

"나의 서툰 손안에 조그만 칼 하나가 쥐어졌습니다. 그 칼로 마음의 상처를 도려내는 심의(心醫)가 되고자 했습니다. 오늘 그리고 내일도…"
조우영기자 cw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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