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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포화 "하루수입이 저녁 값도 안돼"
[ 2005년 08월 31일 20시 50분 ]
서울 사당동에서 개원중인 K모 의사. 그는 요즘의 개원가 상황을 들려주면서 진료를 마감하고 저녁에 그날 수입을 계산해보면, 현찰로 7~8만원 밖에 안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얘기를 자조섞인 목소리로 털어놨다. 그동안 의사들이 어렵다는 얘기는 수 없이 많이 나왔다. 이제는 이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그냥 넘길 수만도 없는 일이다. 왜냐면, 올바른 수가정책을 펴서 의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진료풍토를 만들어주면 현재 非의료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국민들의 돈주머니를 절감할 수 있어 결국 국민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메디는 창간 5주년을 맞아 개원가의 어려운 실상을 짚어보고 특히 어려운 진료과목들의 현황, 그리고 이 상황을 돌파해 나갈 방안 및 과제를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상 : 개원가 포화 "하루수입이 저녁 값도 안돼"
중 : 개원가 추락에는 '課(과)' 구분이 없다
하 : 의사들 '노블리스 오블리지' 지켜져야
이제는 과거처럼 개원만 하면 환자가 오고, 수입이 보장됐던 때가 지났다. 또 개원가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불구, 개원의 숫자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작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신규 개원한 의원 5곳 중 3곳은 주인이 바뀌거나 폐업했다. 대학에서 스탭까지 하다가 개원한 내과전문의는 개원한 지 6개월만에 문을 닫았고 일반의가 개원했던 2곳은 원장이 새로 바뀌었다.
이는 단적으로 개원이 수 년 정도는 돼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의사를 제외하고는 신규 개원의들은 고전을 면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 수는 지난 1999년보다 총 5564개가 늘었다. 특히 그 증가율은 의약분업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났었다.
2000년에는 전년대비 951개(5.08%)가 증가했던 것이 의약분업 시행직후인 2001년에는 전년대비 무려 1654개(8.5%)가 늘었고, 2002년에도 전년보다 1418개(6.64%) 늘었다. 이후 매년 700곳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개원 증가에 따른 인구 1만명당 의료기관 수 증가율을 보면 개원가가 어렵다는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인구 1만명당 의료기관 수는 지난 1999년보다 무려 123.6%가 증가했다. 즉 지난 1999년에는 인구 1만명당 의료기관이 7.9개였으나, 지난해에는 9.8개에 달해 2개가 더 늘어났다.
1만명당 의료기관 99년보다 1.2배 증가
이에따라 의료인력 적정공급을 위해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내과의사회 장동익 회장은 “최근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국가중에서 밑바닥이라는 발표는 국내 의사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의사들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 뿐만 아니라, 낮은 수가 부분도 거론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병의원 경영컨설팅 전문기업인 (주)OD컨설팅에서 올초 12개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3년도 의사 1인당 연간매출(건강보험급여비청구액 기준)은 신경외과, 정신과, 정형외과를 제외한 나머지 진료과목이 모두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개원의의 경우 2003년 연간매출이 1억3000여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피부과(1억5600만원→1억3500만원), 비뇨기과(1억6400만원→1억5900만원), 소아과(2억2200만원→1억8700만원) 등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모두 줄었다.
내과(2억6400만원→2억5400만원), 외과(2억4700만원→2억4200만원)도 감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종별 요양기관 중 의원급이 지난해 요양급여비용 증가율에서 가장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의 전년대비 요양급여비용 증가율은 4.03%였던 반면, 병원은 15.06%, 종합병원 9.54%, 종합전문 6.95%, 한의원 12.91%, 약국 13.47%등으로 모두 의원보다 높았다.
건당 요양급여비용 증가율도 가장 낮았고, 내원일당 요양요양급여비용 증가율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개원의가 주로하는 의료행위 수가들이 타 종별의료기관이나 약국보다 더 낮게 책정돼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작년 요양급여비 증가율, 종별 요양기관 중 '의원 최저'
이처럼 낮은수가와 갈수록 줄어드는 환자에 때문에 의사는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들보다 신규면허자가 당해연도에 의원을 개설하는 비율에서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의사 신규면허자는 총 3760명에 달했으나, 이 가운데 의료기관을 개설한 사람은 불과 22명(개설자 비율 0.6%)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한의사는 853명중 227명(26.6%)이 개원했고, 약사는 1358명중 115명(8.5%)이, 치과의사는 898명중 71명(7.9%)이 개원했다.
반면 신규 개원자들중 폐업률은 의사가 가장 높다. 의사의 신규 면허취득자 폐업률은 13%인 반면, 치과의사 12%, 한의사 10%, 약사 7%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사당동에서 개원 중인 한 개원의는 “진료과목별로 그리고 의사 개인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신규로 개원할수록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쩔때는 하루종일 일하고 저녁에 돈 계산 해보면 10만원도 채 안되, 친구들과 저녁 먹을 식사값도 안될 때가 있다”고 개원가 실상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이 금액은 환자들로부터 당일날 받은 본인부담금만을 의미하는 것이며, 건보공단에 청구해서 지급받을 요양급여비는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서울 영등포에서 개원중인 또 다른 개원의도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계속 방치하면 안된다”며 “정부는 의사들이 잘 산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이제는 올바른 가치판단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수가 구조가 너무 저수가로 돼 있어 국민들이 의료 외적인 부분에 사용하는 비용이 의료비보다 훨씬 많아 결국, 국민 의료비부담 가중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물론 제도에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경우 국민 의료비 지출금액 대비 의료외적인 부분의 지출액이 5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외적인 부분의 지출액이 의료비보다 무려 6배에 달한다는 얘기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환자가 몸이 아파서 동네의원에서 치료받고 3000원 정도 지불하는 것과 동네의 이발비도 최소 5000원이 넘는 현실을 비춰볼 때, 정부의 올바른 가치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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