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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추락에는 科(과) 구분이 없다
[ 2005년 09월 01일 21시 46분 ]
서울 사당동에서 개원중인 K모 의사. 그는 요즘의 개원가 상황을 들려주면서 진료를 마감하고 저녁에 그날 수입을 계산해보면, 현찰로 7~8만원 밖에 안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얘기를 자조섞인 목소리로 털어놨다. 그동안 의사들이 어렵다는 얘기는 수 없이 많이 나왔다. 이제는 이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그냥 넘길 수만도 없는 일이다. 왜냐면, 올바른 수가정책을 펴서 의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진료풍토를 만들어주면 현재 非의료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국민들의 돈주머니를 절감할 수 있어 결국 국민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창간 5주년을 맞아 개원가의 어려운 실상을 다시한번 집어보고, 특히 어려운 진료과목들의 현황, 그리고 이 상황을 돌파해 나갈 방법 및 과제들을 총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상 : 개원의 "저녁 값도 안되는 일당수입"
중 : 개원가의 추락에는 科(과) 구분이 없다
하 : 의사,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지켜져야
불황의 마지막 바로미터라 불리는 병의원들마저 불황이 심각하다. 빚에 허덕이다 폐업하는 일은 부지기수고 최근에는 과도한 빚에 쪼들리다 자살하는 의사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우리가 더 어렵다"고 토로해도 반론의 여지가 생기지 않는 곳이 있다. 저출산 현상으로 분만 건수가 급격하게 감소, 개원 산부인과와 소아과들이 회생불능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 산부인과·소아과 '직격탄'
산부인과 개원의들에 따르면 최근 국내 출생건수와 일선에서 활동중인 산부인과 전문의 수를 감안하면 산부인과 의사 1명이 담당하는 월평균 분만수는 10건, 이를 통한 분만수입은 최근 인상된 수가로 계산해도 100만~200만원 정도다.
김승룡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지난 수십년동안 강제로 적용해 온 낮은 의료수가와 급증하는 의료소송으로 산부인과는 거의 빈사 상태"라며 "결국 지난 수년 동안 개원 산부인과 의사들 중 60~70%가 분만실을 폐쇄했다"고 설명했다.
인천 모 산부인과 원장 A모씨도 "의대 졸업하고 개원만 하면 잘 나갈 줄 알았지만 이제 다 옛날 이야기가 됐다"며 "정부에서도 마지못해 최근 분만수가를 일부 인상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산부인과의 분만포기 현상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최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의약분업이후 요양기관 진료수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산부인과 진료수입 절대금액 자체가 2년연속 매우 적어(2002년, 1억4400만원 → 2003년, 1억3000만원) 의원운영 자체에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또한 소아과(2억2200만원→1억8600만원)와 가정의학과(2억5700만원→1억9900만원)의 의사 1인당 연평균 진료수입은 2002년보다 무려 22.5%의 감소를 기록하며, 타 진료과목 의사보다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개원가가 어려움을 겪자, 전공의들도 '돈 안되는 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매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와 흉부외과, 소아과 등 소위 비인기과에 대한 기피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32개 수련병원에서 지난 10일 마감된 2005년도 후반기 전공의 모집 원서접수 결과,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는 지원율 0%, 소아과는 인턴 7명 모집에 3명이 지원해 대부분 과가 미달 현상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은 산부인과 5명 모집에 1명 지원했으며 한림대의료원, 가천의대, 강북삼성, 경북대, 경희대, 세브란스병원, 국립의료원 등에서도 산부인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잘나가던 과, 여전히 잘나가나?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여성들의 미용에 대한 관심에 기대어 안정적인 매출을 자랑하던 피부과나 성형외과도 마찬가지. 그러나 이들 과목 의사들은 소위 사회적 '기대치' 때문에 속사정을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피부과나 성형외과 개원의 대다수는 "우리는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일 테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한다.
강남 모 성형외과 B원장은 "단적으로 말해서 휴가기간이나 방학을 이용해 쌍꺼풀 수술을 하려는 환자마저도 뜸했다"며 "고가의 수술비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문의만 많을 뿐"이라고 말했다.
강남 모 성형외과 C원장은 "환자가 줄어들어 경영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지만, 한명이라도더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홍보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강남의 경우는 경쟁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모 피부과 원장 D모씨도 "단순히 미용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하루평균 15~20명이 찾아오는 것이 고작이어서 간호사 월급, 건물임대료 등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면 그다지 큰 소득을 얻는 것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속에서도 "죽을병이 아니라면 참자"는 말이 나돌 정도는 아니지만, 한번 닫혀버린 지갑이 열릴 줄 모르면서 특정 진료과목을 불문하고 의원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종민기자 kj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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