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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노블리스 오블리지'는 지켜져야
[ 2005년 09월 02일 22시 30분 ]
서울 사당동에서 개원중인 K모 의사. 그는 요즘의 개원가 상황을 들려주면서 진료를 마감하고 저녁에 그날 수입을 계산해보면, 현찰로 7~8만원 밖에 안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얘기를 자조섞인 목소리로 털어놨다. 그동안 의사들이 어렵다는 얘기는 수 없이 많이 나왔다. 이제는 이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그냥 넘길 수만도 없는 일이다. 왜냐면, 올바른 수가정책을 펴서 의사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진료풍토를 만들어주면 현재 非의료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국민들의 돈주머니를 절감할 수 있어 결국 국민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창간 5주년을 맞아 개원가의 어려운 실상을 다시한번 집어보고, 특히 어려운 진료과목들의 현황, 그리고 이 상황을 돌파해 나갈 방법 및 과제들을 총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상 : 개원의 "저녁 값도 안되는 일당수입"
중 : 개원가의 추락에는 課(과) 구분이 없다
하 : 의사,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지켜져야
개원가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돌파구는 분명히 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개원할 당시부터 다른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개원전략부터 철두철미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보통 3~4개월정도만 준비하면 됐지만, 이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정도 시간을 갖고 입지조건, 진료과목과 서비스범위, 홍보방법, 의료장비 및 전산, 인테리어 계획 등 세심한 부분까지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와관련 한 개원전문가는 “지금은 표방하는 전문과목외에 남들과 차별화 된 아이템 1~2개 정도 따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개원 전에 미리 이런 것들을 머릿속에 완벽히 정리하고 나서 그에 맞는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계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같이 철저히 준비해 개원해서 성공한 사례도 많다.
실제로 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6~7개월의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4월 서울 강남에서 피부비만 전문의원을 개원, 현재 환자수나 매출실적에서 주변 동종의원들과 어깨를 견줄만큼 기반을 다진 상태다.
또 흉부외과 한 전문의는 1년 가까운 준비기간을 거쳐 올 초 수원에서 정맥류수술전문 병원을 개원, 현재는 용인, 안성 등 경기남부권 환자들까지 끌어드릴 정도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철저한 개원준비 필수- 기본진료外 1~2개 아아템 준비"
계속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는 증가하고, 환자는 그 만큼 감소하고 있어 현재 개원가에는 진료영역 확대 바람이 불고 있고, 표방하는 질환도 과거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또 과거에는 의료공급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매우 컸으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 간격마저 좁아지면서 의료의 질 확보라는 것은 이미 환자의 가치판단 기준에서 기본단계로 떨어진 상태이며 대신, 서비스마인드 등 새로운 것들이 요구되고 있다.
전공과목을 떠나 새로운 가치창출 위한 노력들도 요구된다. 이같은 시류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내과에서 검진을 실시하고, 이비인후과나 피부과 등에서 피어싱 등을 시행하는 것도 이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소아과에서 이유식이나 영양클리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의료장비 발달에 따라 의료의 질이 차별화되기 때문에 새로운 장비들에 대한 관심과 학습도 꾸준히 요구된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이제는 전문의들도 전공과목에만 의존하거나 고집하지 말고, 진료의 종류를 세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권한다.
또 저수가 체제하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뇌혈류 검사(TCD), 동맥경화증검사, 비만치료, 성형수술 등 비급여 항목을 개발, 이를 자기기술화시켜 나갈 필요도 있다.
틈새시장에 대한 공략을 잘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진찰만으로는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급여가 아니더라도 남들이 안하는 검사를 개발, 주변 병원과 차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웰빙 열풍으로 최근 보급이 활성화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도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동안에는 의사라는 자존심 때문에 이를 터부시해 왔으나, 이제는 건강기능식품을 단순한 치료보조제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따지는 환자들의 가치기준에 맞춰 의사들이 더 적극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서 개원 중인 한 내과 개원의는 “이제는 의사들도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라며 “환자상태를 제일 잘 아는 의사가 건강기능식품을 환자에게 추천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며, 개원가의 생존법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약사들의 불법의료행위를 근절시키는 것도 개원가에게는 생존 방법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내과의사회 장동익 회장은 "의협 차원에서 약사들의 불법의료행위를 감시하는 상설기구를 만들어 운영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했다.
"자존심 고집할 시기는 지나 - 건식·비급여에도 관심 가져야"
그러나 의사란 직업이 현실적으로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의사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 가진자의 도덕적 의무)’는 여전히 필요하며 이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의식은 의료계 저변에 여전히 굳게 흐르고 있다.
이 같은 의식이 아직은 의료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사란 직업의 존엄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전통적인 메이저 과목들의 경우 이 의식이 더 필요하며, 마이너 과목 의사들도 의사라는 직업 위상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노력과 책임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의사들이 원칙대로 본연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이에 응당한 대가를 지불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르고 있다.
이와관련, 한 내과 개원의는 “의사가 아무리 어렵다하더라도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원칙대로 가야 한다”며 “메이저 과목 의사들이 시류에 따라 전공을 포기하고 인기질환에 매달리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목간의 심각한 불균형 등 의료왜곡 현상을 초래하는 근본원인은 저수가 구조 때문”이라며 “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할 수 밖에 없고, 이제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 마련도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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