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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입적 법장스님 영전에 고백을…"
[ 2005년 09월 12일 21시 36분 ]
“안녕하세요. 데일리메디의 조우영기자라고 합니다.…(중략)…법장 총무원장 스님이 서울대병원에서 심장혈관 수술을 받으셨더군요.” “네, 그런데 무슨 사유로 여쭤보시는 건가요?”

“불교계의 오랜 염원으로 최근 개원한 동국대병원도 있는데 굳이 주치의가 계시지도 않은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동국대병원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난 9일 기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관계자 및 동국대병원에 안면이 있는 몇몇 교수, 또한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불교계 인사들과 이러한 대화를 나눴다.

스님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자 개인의 자유인 진료선택권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내심 꺼림칙했지만 의료계 기자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실제 문제제기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자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이야기는 삐딱 선을 타기 시작했고 결국 서로 약간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있은 지 이틀 뒤인 지난 11일 기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기자의 편협한 생각이 자칫 스님의 고귀한 뜻을 훼손시킬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어리석음을 뉘우쳤기 때문이다.

법장스님의 법구(法軀·승려의 시신)는 12일 동국대병원에 장기 기증과 연구용으로 기증됐다. 조계종측은 "장기기증 운동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를 세우신 스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법구를 동국대병원에 기증키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15일 수덕사에서 열릴 예정이던 법장스님의 다비식도 취소됐다.

혹자는 무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큰스님이 입적한 후 법구가 다비식(화장) 없이 연구기관에 기증된 것은 불교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어찌됐든 법장 스님 법신에 대한 부검은 12일 동국대병원에서 실시됐고 부검 결과, 입적 후 시간이 꽤 지난 이유로 인해 뼈 이외에 다른 장기 이식은 어려워 스님의 생전 뜻을 고이 모시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스님의 뜻이 바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종교 지도자이기 이전에 온갖 의심과 시기, 질투로 혼탁한 이 세상에서 청정한 마음 하나로 한 시대를 이끈 큰 사람 법장스님. 그의 법구가 의료계에 전달된 만큼 스님의 큰 뜻 또한 의료계에 깊이 새겨지길 기대해 본다.

법장스님의 입적하기 전 남기신 마지막 글귀가 기자의 사뭇 부끄러운 마음을 다시 한번 뒤흔든다. "내게 바랑이 하나 있소/입도 없고 밑도 없소/담아도 넘치지 않고/주어도 비지 않는다네"
조우영기자 cw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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