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병원의 리베이트에 연루된 제약사들의 구체적인 명단과 금액이 공개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20일 순천 성가롤로병원의 前 약제부장이 자필로 작성한 리베이트 장부를 통해 제약사들의 비리 사실을 고발했다.
순천 성가롤로병원의 리베이트 사실은 지난해 말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관련 제약사들의 명단과, 금액, 리베이트 방법 등이 상세히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부에 따르면 성가롤로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는 63개사에 이르며 그 금액은 52억원에 달한다.
또한 이들 제약사는 현금, 수표, 카드, 약품, 사무용비품, 상품권, 주유권, 물품외상대금 대납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병원 측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장부에는 前 약제부장인 박모씨의 필체 외에도 리베이트를 약속한다는 제약사 직원들의 필체도 발견됐다.
2002년 9월 10일 안국약품 담당자 최모씨는 ‘푸로스판’의 월 소모량 대비 3%를 찬조 약속 한다는 자필 기록을 남기고 서명했으며 2003년 녹십자 담당직원은 ‘인트라리피드주’의 매출가 7%를 병원측에 제공하는 내용을 서명하기도 했다.
제약사들이 성가롤로병원에 의약품 랜딩비를 약속하는 구체적인 약정서 내용도 공개됐다.
건일제약의 경우 2002년 6월 7일 ‘치오시나’의 랜딩비 100만원, 이후 월 처방금액의 10%를 찬조, 정형외과 10% 이상 대규모 삭감시 보상 등의 내용이 약정서에 담겨 있었다.
국제약품은 2002년 12월 16일 ‘액사딘캅셀’의 랜딩비로 200만원을 제공하고 약가의 30%를 할인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현대약품은 고혈압 치료제 ‘제스트릴정’의 경우 병원 실구입가 대비 5% 추가마진, 상품권 제공 또는 병원비품 구매지원으로 보상한다는 내용을 2004년 5월 20일 작성한 약정서에 포함시켰다.
이 밖에도 한화제약, 녹십자, 한국유나이티드, 환인제약, 일성신약, SK제약 등 수 많은 제약사들이 유사한 조건의 약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재완 의원은 이 병원 노조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각 제약사들의 기부금 및 랜딩비 내역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종근당, 중외제약, 유한양행, 국제약품 등과 같은 국내 제약사는 물론 화이자, 한국BMS, 한국얀센, 한국쉐링, 한독약품 등 다국적 제약사도 병원측에 기부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사용 대가로 지불하는 랜딩비 내역에는 일동제약, 종근당, 유한양행, 중외제약, 화이자, 한독약품, 한국얀센, 한국쉐링 등이 포함됐다.
박재완 의원은 “2001~2003년 의약품 리베이트로 54건이 고발됐지만 이중 1명만 징역을 선고 받고 나머지는 기소유예나 벌금에 그쳤다”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랜딩비를 챙기려는 병원에 대해서도 검찰과 경찰을 통해 수시로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순천 성가롤로병원 약제부장의 리베이트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4월 피의자인 박모씨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또한 박모씨에 대한 고소건이기 때문에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제공 혐의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또 다시 리베이트 문제가 제기되면서 당국의 수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제약업계는 초긴장 상태에 놓이게 됐다.
[자료실]순천 성가롤로병원 리베이트 현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