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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사, 언제까지 범죄자?
[ 2005년 10월 14일 02시 59분 ]
30년간 죽을 권리와 안락사를 위해 투쟁한 스패니아드 라몬 삼페드로의 실제 삶을 그린 영화 ‘씨 인사이드’.

스페인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잔잔하게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에서처럼 안락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귀결점을 찍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4일 미국 뉴올리언스 의료원 집단 안락사 의혹 소식이 전해졌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엄습했을 당시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의 의사들이 시련을 견뎌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환자들을 안락사 시켰다는 것. 이 사건을 계기로 ‘안락사’ 문제는 또 다시 세계적 논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락사를 형법의 자살방조와 의료법의 진료거부로 해석, 사실상 금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전혀 되살아날 가망이 없다거나 의식조차 없는 생명이라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들 법의 접근방식을 언제까지 고수해야 할 것인지 검토해 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인위적인 생명 연장이 자연의 질서에 과연 합당한 것인가도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의사와 환자가족을 마냥 범죄자로 몰아가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보호자의 요구로 퇴원시켜 숨지게 한 의사 2명에게 법원이 살인방조죄를 적용시킨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잘 나타내준다.

4년 전 의사협회가 제시한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내용의 ‘의사윤리지침’이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지만 공론화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

어떤 경우에도 생명은 고귀하지만 이제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의식조차 없는 생명을 인공적인 방법으로 연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안락사 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는 안락사 남용 방지를 위한 입법적 대책 마련 등으로 부작용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제2의, 제3의 보라매사건이 발생할지 모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의사와 환자 가족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다.

영화 ‘씨 인사이드’에서도 의사들은 주인공의 간절한 애원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더 이상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의사들을 범법자로 내모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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