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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사직서 부당 작성 종용 인정"
[ 2005년 11월 02일 21시 28분 ]
날짜와 사유를 기입하지 않고 본인 이름과 서명만을 기재한 사직서를 작성토록 종용하고 있다는 서울대병원 간호부 내의 부당한 관행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대병원노조가 간호사 구 모씨(29)의 면직 처분과 관련해 성상철 병원장을 상대로 낸 진정에서 병원 측의 사직서 종용 관행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간호부 내 부당한 관행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병원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등 그동안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음에도 불구, 사실 여부를 인정받지 못해 온 것과 다른 결과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인권위의 이번 권고 결정에 앞서 서울지방노동위는 동일 사안에 대해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 성인이 타인의 종용에 의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병원노조의 구제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구씨는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 약 1년 6개월 동안 투약실수 등을 이유로 총 10회에 걸쳐 수간호사 강씨 등에게 시말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한 때 구씨는 상급자가 20일간 시말서 등을 고쳐 쓰게 해 최종적으로 제목없는 반성문(사건의 경위 내용 없이 죄송하다는 등의 내용의 글)을 제출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씨는 지난해 4월 수간호사 강씨의 종용으로 병원 사직원 양식과 달리 날짜와 사유를 기입하지 않고 본인이름과 서명만을 기재한 사직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는 "서울대병원에는 이에 관한 객관적 기준이나 규정이 없어 수간호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말서를 징구, 보관, 폐기, 활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구씨 외에도 일부 간호사들의 경우 이 같이 날짜없는 사직서를 제출, 나중에 날짜와 사유를 기재해 실제 퇴직 처리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병원 업무의 특성상 의료·간호 사고의 발생을 억제하고 문제 발생시 적절한 문제해결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근대적 고용계약에 있어 노동자는 사용자로부터 신분적, 인격적 지배까지 받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냈다.

국가인권위는 이어 "정확한 사실 관계에 대한 경위서나 사건보고서를 받는 수준을 넘어 날짜없는 사직서를 제출토록 종용하는 것은 수간호사의 정당한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과실이 중대하거나 반복적이어서 당사자에 대한 징계 등 인사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병원의 인사규정 등에 의거, 정당한 징계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이로 인해 피해자 구 모씨를 비롯한 다수의 간호사들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 수간호사 강씨에 대해 주의 조치할 것과 간호부 내 관행을 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병원노조의 진정 내용 중 원직 복직 부분에 관해서는 이미 진정인측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한 점 등을 감안해 각하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대병원노조는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의 권고 수준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부당한 관행이 처음 인정받은 것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소 중인 2심에 국가인권위의 이번 결정을 첨부,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우영기자 cw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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