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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 신뢰 깨진 의약분업은 사상누각"
[ 2005년 11월 04일 04시 32분 ]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없이 규제와 처벌만을 내세운 현 의약분업은 파도가 밀려오면 무너져 내리는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또 잘못된 의약분업으로 인해 전반적 의료계 발전을 위축시키는 정부의 정책은 결국 국민이 받을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4일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정책연구실 허대석 교수[사진]는 ‘의약분업 시행 5년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된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의약분업 평가-의학적 측면’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허 교수는 “시행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의약분업 제도 정착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제도 도입 초기에 이해관계자 집단의 주장을 적당히 수용해 기형적 형태의 제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 도입 당시 이 같은 이해관계 절충 문제로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의약분업에 국민의 편의는 사라지고, 집단 간 영역다툼만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의약분업 실시 이후 약국의 임의조제행위는 여전하며, 대다수의 환자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수고, 의료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여러 언론 및 연구 기관들이 조사한 국민의식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가장 최근 동아일보에서 실시한 의약분업 관련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약분업 실시 이후 ‘편해졌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9%에 그쳐,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 냉담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의약분업에 대한 이 같은 국민의 평가는 여전한 의약품 오남용 문제, 대체조제 문제, 의사와 약사 간 기관분업이라는 변형된 형태 등에 기인한다.

의약분업 전후 응급실 내원 급성중독환자를 분석한 한 조사에 따르면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약품 사용량이 변화한 양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의약분업 정책의 약의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의사의 처방에 의해 약사가 조제하는 약은 강제분업을 규정한 반면,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약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 오히려 환자의 임의조제 위험 노출은 더욱 심각해 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항생제 처방률도 의약분업의 효과라기보다는 2001년 하반기부터 실시된 심평원의 약제적정성평가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지금까지도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대체조제 문제의 경우, 400여개의 제약회사에서 4만종에 가까운 약제가 생산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제약산업구조 하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 밖에도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영업권을 나누는 기관분업이 아닌, 의사와 약사의 업무를 나누는 직능분업이 올바른 의약분업이 추구해야 할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현행 국내 의약분업 제도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데 모두가 동의하는 만큼, 임상연구를 통한 의학적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희정기자 sh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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