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병동에 지난 7년간 근무하면서 항암제를 취급해 온 41세의 한 간호사. 그는 최근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가 근무했던 간호사실 1m 거리에는 환자 처치를 위한 약품준비구역이 있었으며, 그는 이곳에서 항암제 및 항생제 등을 배합해 환자에게 주입할 정맥주입기구를 준비하곤 했다. 이 간호사는 음주와 흡연, 약물장기복용 경험이 없으며, 가족 중에도 백혈병 경력이 없고 기타 암에 이환된 가족도 없다.
조사 결과, 그가 근무했던 병동에는 항암제 노출 예방을 위한 설비가 미비했고, 항암제의 준비와 투약과정에서 호흡기 및 피부로 항암제 노출 위험이 있었다. 이 병원에서 취급한 항암제들은 변이원성이 보고되고 있는 약물들이며, 사람에서의 안전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가능한 노출을 피할 것이 권고돼 있다. 이 간호사의 경우 항암제 취급외 방사선, 유기용제 등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으므로, 그의 질병은 항암제 취급과 관련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됐다.
의료기관 종사 근로자들의 건강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의료기관은 많은 직업성 유해성에 노출돼 직업성 감염질환, 근골격계 질환, 피부질환 등의 발생 위험이 타 산업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건 문제에 관한 한 의료기관은 전문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간주돼, 그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외과 전공의가 수술 중 B형 바이러스에 감염돼 전격성 간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으며, 간호사가 결핵이나 바이러스성 간염에 걸리는 등 그 심각성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는 7일 병원근로자의 산업재해발생 예방 차원의 ‘의료기관 산업안전보건관리 연수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연구원 김은아 책임연구원은 ‘의료기관 보건관리’ 발표를 통해 작업환경 관리와 건강관리 부문의 보건관리자의 직무에 대해 강의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03년 동안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보상된 업무상 질병 총 4240건 중 직업성 감염질환은 호흡기질환과 난청 다음으로 많은 질환(총 238건, 전체의 5.6%) 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총 238건의 직업성 감염질환 중 무려 61.8%를 차지하는 147건이 의료기관 근로자들에게서 발생됐다는 점이다.
그 밖에도 지난 4년간 산재보상보험법에 의해 승인된 의료기관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은 모두 63례였으며, 그 중 38%가 간호사, 12.7%가 요리사, 11.1%가 의사, 9.5%가 물리치료사 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원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의료기관 944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의료기관들은 이제 막 산업보건관리 제도를 시작하는 단계였다”며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각 기관 보건관리자의 적극적인 업무수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관리자의 직무로는 사업장 순회점검·지도 및 조치의 건의, 작업환경측정 실시계획 수립·의뢰, 작업환경측정 결과 설명회 개최,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조사, 물질안전보건자료 실태 점검, 작업장별 유해요인에 적절한 위생보호구 선정 등 작업환경관리에 관한 직무가 있다.
또 건강관리에 관한 직무로 채용 및 배치 전 건강진단 계획 수립·의뢰, 건강상담 및 조언, 환자치료 및 의약품 투약, 응급의료 처치 및 후송 등이 있으며, 기타 경영진에 대한 사업장 보건관리 조언, 직업병 발생 원인조사 및 대책수립, 건강진단·작업환경측정 결과 통보 및 대 관청 보고 등의 업무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