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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랑 청진기 하나 든 군인에 불과"
[ 2005년 11월 16일 21시 43분 ]
고(故) 노충국씨 사건 이후 최근 훈련소에서 행군 도중 복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숨진 길주형씨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진 후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16일 현재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토론방과 국방부 열린게시판에는 군 당국과 군의관을 성토하는 댓글이 수 만건에 이른다.
이들 네티즌은 주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군(軍) 의료체계와 군의관 자질에 대한 문제를 집중 비판하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아이디 '예비역 마지막차'는 "일련의 군 의료사고는 매우 어려운 수술이나 응급상황이 아닌 군의관의 불성실로 생겨난 문제"라며 "군대에서의 군의관은 속된 말로 양아치 군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분명 군의관은 국방부 소속이고 거기에 대한 관리 감독 또한 군에 책임이 있다면 지금부터 군인답게 의사도 군인의 의사로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디 '예비역병장'도 "내시경까지 하고 위암 가능성도 파악하지 못하는 돌팔이 군의관들은 썩어빠진 우월주의에 빠진 살인자 집단"이라며 "군의관은 부대장에게 영양제 공급하는 데나 신경쓸 뿐 젊은 사병들에게는 관심 밖"이라고 힐난했다.
또 아이디 '김종수'는 "옛날에는 민간병원이 별로 없었고 시설도 낙후되어 있어 군병원이 필요한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제 군병원 운영비로 병사들을 차라리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게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군병원에서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군의관들은 이와 관련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군 병원에 근무 중인 한 군의관은 "군의 시스템과 열악한 환경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은 무조건 오진을 낸 군의관 탓만 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며 "군의관의 자질보다는 군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부대원이 2만∼3만명인 사단급 의무실에도 낡은 엑스레이와 일반 혈액검사기 하나 정도 있는 수준"이라며 "하위 부대의 군의관은 '그저 청진기 하나 달랑 든 군인'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즉, 환자를 자세히 보고 싶어도 각 부대의 상급자가 사병들을 보내주지 않으면 볼 수도 없을 뿐더러 환경 자체가 터무니 없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또 만약 내시경 검사라도 하려면 군병원으로 가야하는 데 이도 엄격한 군 조직체계에서는 상급자의 눈치를 보게 돼 여의치 못한 경우가 많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이어 "일종의 오진이나 일부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지만 군 당국이나 일반 시민이나 환자가 잘못되면 무조건 의사 탓만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조직체계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결국 위에서는 군의관들만 추궁할 테고, 요즘은 동료들끼리 그저 몸조심이나 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해 씁쓸한 자괴감을 피력했다.
조우영기자 cw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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