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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무급(無給) 펠로우의 비애
[ 2005년 11월 28일 22시 32분 ]
"명색이 서울대병원 의사인데 건강보험이 안 됩니다"
비록 정식 교원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인 서울대병원에 출근을 시작한 이철수 펠로우(가명). 그는 뿌듯한 마음에 기뻤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후 그는 가장(家長)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착잡한 심경을 거둘 수 없었다.
아내에게서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 아이가 아파 인근 병원의 응급실을 찾았는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된데다 직장이 바뀌어 뭔가 착오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아차' 싶었다. 그는 서울대병원의 정식 교원이 아닌 ‘무급(無給) 펠로우 신세였기 때문이다. 후일 아내의 직장 건강보험증에 자신을 비롯한 가족 이름을 올리면서 그는 인생의 씁쓸함에 가슴이 뭉클했다.
최근 병원계에 따르면 늘어나는 전문의와 병의원들의 경영난이 맞물리면서 각 대형병원의 펠로우(임상강사)들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입장에선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로 질 높은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임상경험과 연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교육, 연구, 진료의 삼박자를 채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 펠로우들은 임시직에 가까울 정도로 신분이 매우 불안정하고 여기에 업무 강도 역시 상당히 고된 실정이다. 한 교수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라고 까지 말하기도 했다.
그나마 과거와 달리 각 대형병원들의 보상체계가 많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은 조금 나은 축에 속한다. 서울대병원의 무급 펠로우들의 애환은 더욱 남다르다.
이들은 우선 서울대병원의 정식 교원이 아니기에 직장인으로서의 어떠한 복지혜택도 권리도 누릴 수 없다. 연구비나 주임교수의 업무추진비 등 과(科) 차원에서 조금씩 십시일반(十匙一飯)해 챙겨주는 ‘배려’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덕분에 하루에 30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는 타 병원 야간 응급실 당직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유지했던 과거 선배들의 다소 충격적인(?) 실상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서울대병원에서의 1, 2년 세월로 환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만도 아니다. 2년이 지나도 마땅한 자리가 나지 않을 경우엔 좌불안석(坐不安席)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서울대병원에서의 훌륭한 트레이닝 기회와 소위 '간판'이 타 병원 교수로 임용되거나 개원 시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고 또 그를 알기에 감수했다.
하지만 요즘엔 이도 여의치 못한 경우가 흔한 실정인데다 전문의는 매년 늘어만 가고 있어 대학병원들의 펠로우 과잉공급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후배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는 선배 교수들은 "병원이 너무 경영적인 측면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우선 전문의 수급을 적절히 조절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의사라고 다 돈 많이 벌고 집안이 좋은 건 아니잖아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뒤로 한 채 돌아서는 무급 펠로우. 그의 처진 어깨를 보면서 "저 어깨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기대심일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조우영기자 cw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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