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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취재 광풍에 몸살 앓는 서울대병원
[ 2005년 12월 13일 22시 09분 ]
13일(화) 오후 7시경. 저녁식사 중인 서울대병원 관계자의 전화통에 불이 났다. 서울대에서 출발한 황우석 교수가 병원에 언제 도착하느냐는 기자들의 확인 전화였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벨소리와 다시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 그의 분주한 모습에 한가로이 밥을 먹고 있는 기자로서는 쑥스럽고 민망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 진위 논란을 불러일으킨 MBC PD수첩 보도 이후 서울대병원에 대기하고 있는 각 언론매체의 기자는 줄잡아 30여명. 특히 황 교수가 입원한 이후로 취재진의 취재 열풍 아니 취재 광풍(狂風)이 서울대병원에 몰아쳤다.

황 교수가 현재 입원 중인 병원 본관 4층 신경외과 병동 입구에는 보안요원 2~3명이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따로 포토라인을 설치하진 않았지만 암묵적인 동의하에 자연스럽게 기자들간에 취재 룰(rule)이 형성됐다.

하지만 갈수록 취재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이러한 룰은 점차 무너지고 있고 그만큼 병원 직원들과 환자들의 애환(哀歡) 역시 깊어지고 있다.

이틀 건너 교대로 24시간 철야 근무를 해야 하는 병원 홍보팀은 차치하고라도 황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기 위한 취재진의 열정이 여러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황 교수와 같은 병동을 쓰고 있는 한 병원 환자는 “처음에는 황 교수가 입원했다는 것과 수많은 취재진이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이젠 솔직히 짜증이 난다”고 호소했다. 밤늦은 시각 또는 새벽에 움직이는 황 교수를 따라 이동하는 취재진들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병동 간호사들도 불만이다. 한 간호사는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무시하고 병실 안쪽까지 들어와 사진을 찍어대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며 “황 교수 외에 다른 사람들의 초상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이번 ‘황 교수 파동’과 관련 병원 집행부는 최대한 입장 표명을 꺼려하고 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 내심 걱정이 많다는 후문이다. 황 교수의 자살(?) 방지 조치를 고려할 만큼 각종 루머가 난무한 가운데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모 일간지 기자는 한숨만 푹푹 쉬고 있다. 웬 한숨이냐는 병원 관계자의 질문에 “(기사가) 뭐 나올 것도 없는데 죽 치고 있으려니 힘들다”는 농담 섞인 대답이 들려온다.

전국민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만큼 유명인사가 돼버린 황 교수의 지명도를 고려하면 ‘황 교수가 밥이 아닌 라면을 먹었다’는 뉴스 가치(value)를 논하기 전에 이러한 취재 열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제 남은 것은 서울대에서 조사위원회를 구성,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증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아직까지 소모적인 추측과 논쟁에 불과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잠시 묵묵히 기다려 보는 인내심도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조우영기자 cw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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