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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찻잔속 동요'…복지부 순풍 '판정승'
[ 2005년 12월 25일 21시 34분 ]
을유년(乙酉年) 한해도 어느덧 막바지에 달했다. 되돌아 보면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하루하루는 바쁘게 살았지만, 특별히 남는 건 없는 한해였다. 의료계도 올 한 해를 굳이 규정짓자면 ‘찻잔속의 동요’로 표현될 듯 싶다. 연초부터 시작된 의료계와 한의계간 분쟁이 종국에는 의료광고 및 한약부작용에 대한 고발전으로 비화됐다. 이어 의료일원화를 주장하며 한의계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했지만, 별 소득도 없이 잠정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약대 6년제 학제개편에서도 의료계는 쓰라린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히 올해는 복지부 계획대로 대부분 일들이 척척 진행된 경향이 많아 올 승자는 복지부인 것으로 평가된다.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운 시점에서 의료계의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본다.[편집자 주]

의료계는 올 연초부터 CT 사용 등 한의사들의 의료영역 침범과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해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를 위시해 한의계와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했다.

한약 복용에 따른 위험성을 알리는 한약 부작용포스터가 전국 의원 진료대기실에 부착되는가 하면, 나아가 불법 의료광고를 하는 전국 한의원 1천여곳을 행정고발조치 하기에 이르렀다.

한의사들도 이에 질세라 의료기관들의 불법의료광고 행태를 수집, 무더기로 고발하는 사태로 번졌다. 지금도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와 한의사들간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채 살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한간의 분쟁은 서로에 대한 상처만 남긴 채 잠정 휴전상태에 들어 갔지만, 언젠가 또다시 이 문제가 도마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는 없다.

의협은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을 반대하며,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집단휴진 찬반투표를 실시해 무려 61%라는 찬성표를 얻었다.

의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직접투표를 실시한 것은 의사협회장 선거나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동시 실시한 투표 외에는 처음이어서, 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지를 놓고도 논란이 많았다.

결국 회원들에게 직접투표를 벌였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채 찬반투표 결과 자체가 사장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사장될 위기 직면 '약대 6년제 반대 찬반투표'

이 와중에도 교육부는 당초 방침대로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을 확정짓고, 오는 2009년부터 완전 개방형 2+4체제 약대 6년제를 도입키로 했다.

의료계는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을 반대하면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의료 백년대계를 위한다는 논리로 의료일원화 추진을 공언했다.

하지만 을유년 한해가 저무는 현 시점에서 이 문제는 언제 그랬냐는듯 아무런 얘기가 없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이 문제도 앞으로 계속 추진해 나갈 사안이지만, 한국인의 대표적 근성으로 지적되는 '냄비근성'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의료계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에 반대하는 의과대학 편에서서 교육부에 반대하는 성명서도 발표했지만, 결국 이 문제도 교육부 방침대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전문병원제도의 명칭 사용을 둘러싸고도 의료계는 복지부와 갈등과 논란을 빚었으나, 결국 복지부가 명칭과 관련된 법조문 개정을 통해 전문병원 시범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올 한해 의료계는 한시도 평온한 적이 없었으나, 뜻대로 성과를 거둔 일이 별로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료계의 중심축인 대한의사협회가 올 한해 회원들과 국민들로부터도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데 많은 회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협회가 이미 정부, 국민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거듭된 실언과 방만한 운영으로 신뢰까지 잃었다고 지적한다.

국민뿐 아니라 회원 지지도 못받아…한시도 평탄치 않아

실제로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을 막기 위해 공청회장에서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약대 6년제 도입에 따른 폐해를 호소하고 주장했지만, 국민들과 언론의 반응은 싸늘할 정도로 무덤덤했다.

결국 복지부 김근태 장관이 취임해 김화중 전임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약속한 약대 6년제 추진을 계획대로 진행시킨 것이다.

김근태 장관은 올 연말중에 내년도 예산이 통과되면 곧바로 장관직을 사퇴하고, 당 복귀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올 의료계는 김근태 장관이 취임하고 난 후 최대의 성과를 올리는 한 해가 되도록 호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올 수가협상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번도 못했던 건보공단과 의약단체간 자율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가협상의 자율타결도 사실은 의약단체나 공단 이성재 이사장보다는 김근태 장관의 공이 될 확률 높다는 예측이 많다.

김근태 장관이 차기대권을 바라보는 실세형 장관이란 점 때문에 공단 이성재 이사장도 복지부 장관에 도전해 보려는 의지가 있었고, 이에 내년에 임기가 종료되는 의약단체장들이 대부분 이어서 회장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개인적인 상황들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장관에 호기(好機)만 제공…복지부 계획대로 진행

의사협회도 내년 3월이면 협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앞으로 3년간 의료계를 이끌고 나아갈 수장을 뽑는 선거이며 그동안 정부, 국민, 심지어 회원들로부터도 무관심 받을 정도인 의료계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어서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과연 회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 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의료계는 올 한해동안 한편에서는 많은 논란과 문제제기가 나타나면서 또 한편에서는 언제 그랫냐는듯 말없이 사라지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예년에 비해서 별반 달라지는 것도 없이 의료계 내부적으로만 들끓었다가 사그라지는 ‘찻잔속의 동요’가 많았던 한 해였다.

병술년(丙戌年) 새해에는 과거의 수가 계약방식이 아닌, 종별 요양기관 특성에 따른 수가계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의사협회를 비롯 각 직능별 단체들은 공단과의 수가협상을 위해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부터 암, 뇌혈관, 심장질환 등 내과계열을 시작으로 초음파, PET가 보험적용되며, 매년 그 범위는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병상을 운영중인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내년 3월경부터 보험 적용될 식대에 대한 대책마련도 중요한 때다.

현행 관행수가보다 정부가 추진중인 식대수가가 훨씬 낮기 때문이다. 특히 선택메뉴 제공여부에 따라 가산료가 적용되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그동안 단편적이었던 식단 메뉴를 다양화하지 않으면, 수익창출 또한 그만큼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새롭게 달라진 제도들이 속속 시행되는 병술년 새해를 맞아 의료계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모습이 필요할 듯 싶다.

특히 내년 3월에 있을 의협 회장선거를 계기로 병술년은 ‘찻잔속의 동요’가 아닌, 믿음과 정직으로 국민들과 회원들에게 신뢰받는 모습을 회복하길 기대해 본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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