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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나가더라도 선생님 잊지마!"
[ 2006년 01월 01일 08시 22분 ]
9살 지은이(가명)이는 어렸을 적부터 얼굴에 큰 반점이 있었다. 얼굴 한 쪽에 마치 멍이 든 것처럼 푸르스름한 자국이 남아있었다.

유치원 때도,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친구들은 지은이의 얼굴을 보고 “더럽다”고 놀렸다. 그래서 지은이는 늘 혼자였다.

지은이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눈이 마주치면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만다. 자기 얼굴의 점을 보고 또 놀릴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귀를 가까이 대고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하는 것이 전부일 정도다.

지은이의 상담 치료를 맡고 있는 복지관 선생님은 지은이가 심각한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과 자신감 상실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무렵 지은이는 자신의 일기장에 ‘목표:자살하기’라고 적었다. “이 점만 없으면 예쁠텐데, 엄마는 왜 내 얼굴에 이런 점을 만들어 놓은 거야?” 지은이가 유독 자주 하는 말이었다.

지은이 얼굴의 점은 오타씨모반이라고 불리는 푸르스름하거나 회색 또는 갈색 반점의 피부질환이다. 일종의 가장 짙고 깊은 점이다. 이 점은 성장하면서 그 크기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치료비가 만만치 않았다. 500만원에 가까운 치료비는 지은이네 한 달 생활비 40만원으로는 너무 벅찬 액수였다.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지은이네는 당장 내일 먹을 세 끼 걱정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에는 지은이는 사람들과 마주보면 즐겁게 인사할 수 있게 됐다. 한 쪽 볼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검은 점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05년 마지막 날, 지은이의 사정을 알게 된 열린의사회 회원 신창식 피부과 원장이 무료로 지은이 얼굴의 오타씨모반을 제거해주는 치료를 해주겠다고 나섰다.

무료 수술을 흔쾌히 자청한 신창식 원장은 수술을 앞두고 지은이에게 농담을 건넨다.“치료받고 예뻐져서 미스코리아 나가거든 선생님한테 고맙다고 해야 된다”

점이 없어진다는 말에 지은이는 치료가 하나도 무섭지 않단다. 오히려 빨리 진료를 받고 싶은 눈치다.

열린의사회 덕분에 지은이는 2006년 새 해를 맞아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의료 혜택은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은이 경우만 해도 열린의사회를 만나기 전 여러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복지관을 통해 사정을 이야기해도 치료를 거절 당하기 일쑤였다.

열린의사회 박인철 진료차장은 “치료비를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높게 부르거나 다른 병원을 소개해주면서 떠넘기는 병원도 있었다”고 전한다.

지은이의 얼굴이 정상 피부를 되찾게 될 때까지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치료를 해주겠다고 나선 신창식 원장.

“마음은 있지만 일이 바빠 이런 기회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며 “그렇지만 남에게 베풀 수 있을 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해주자고 생각하면 좋은 기회도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더 힘든 삶을 살아가지 않도록 열린의사회가 2006년 더 튼튼하게 기반을 다져가야죠.”

집 밖으로 나서는 일조차 힘든 지은이 어머니 대신 지은이 보호자로 치료 내내 지은이를 돌본 박인철 차장의 다짐이다.

첫 치료를 받은 지은이의 얼굴이 밝다. 멍들었던 지은이 마음에 2006년 오랜만에 환한 함박꽃이 필 것이다. 이제 지은이도 다른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처럼 거울 보는 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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