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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 '물방울도 모이면 폭포된다' 명심
[ 2006년 01월 11일 21시 15분 ]
이르면 3월부터 우리나라에도 개인 실손형 민영건강보험 상품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그동안 손해보험사들이 이 상품을 판매해왔으나, 주계약이 아니라 특약 형태로 판매했기 때문에 그 시장규모는 미비한 수준에 그쳤다. 2005년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65%에 불과한 상황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이를 주계약 상품으로 판매할 경우 공보험을 위협하는 중대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민간보험은 영리병원 허용,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폐지 및 계약제 도입 등과 함께 참여정부의 '사회적 아젠다’로 부상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일환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신년특집 기획시리즈로 민간보험의 도입 배경부터 보험업계 준비 현황, 외국의 민간보험 운영사례, 병원계에 미칠 영향 및 기대효과, 공보험이 바라보는 민간보험과 그 시장전망 등 4회에 걸쳐 개인실손민간보험을 총체적으로 분석,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1회 : 민간보험 도입배경 및 보험업계 준비실태
2회 : 미국, 프랑스, 독일등 외국의 민간보험 운영사례
3회 : 병원계에 미칠 영향 및 기대효과
4회 : 공보험이 바라보는 민간보험과 그 시장전망
의료서비스 분야는 제약, 의료기기, 생명공학 등과 함께 의료산업화의 한 축이다.
또 민간보험 도입은 영리병원 허용,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및 계약제로 전환, 의료관광산업 활성화와 병원의 해외진출 지원 등과 함께 의료서비스 산업화 일환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민간보험 도입을 비롯한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앞 시리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민간보험 도입의 경우 그동안 의료계가 ‘붕어빵 진료’를 운운하며 줄곧 지적해온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진료비 심사기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의료계에 제공할 것이다.
의사들에게는 신의료기술을 적극 발굴하고, 이를 임상에 적용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학기술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박사는 “공보험이 의료수요의 다양성을 충족하는 데 미흡한 반면, 민간보험 도입은 기술혁신을 촉진시키고 효율을 제고시켜 공보험을 개혁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공보험은 의료서비스 질을 하향평준화 시킬수 있지만, 민영보험은 의료기관간 경쟁을 촉진시켜 의료수준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특히 첨단의학분야를 중심으로 의료산업을 활성화하고, 의약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나 병원계가 민간보험 도입을 요구하고, 찬성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민간보험, 동네의원보다 병원계 더 큰 수혜
그러나 민간보험 도입이 병원계나 의료계에 반드시 좋은 효과만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판이다.
특히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원가에서는 민간보험 도입에 대해 보다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비급여 진료가 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동네의원은 주로 비급여 위주로 상품이 구성될 보충형 민간보험 상품의 성격상 민간보험 소비자들로부터 현재보다 더 외면받을 소지가 높다.
즉 환자들은 비급여 진료가 많은 병원에 대한 의료선호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명확히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당연히 지금보다는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겠지만, 현재 비급여로 받고 있는 관행수가를 앞으로도 계속 보장받을 수 없는데다 민간 보험사들의 심사기준이 앞으로 병원계의 목을 조르는 날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민간보험은 의료계나 병원계 입장에서 당장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위험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이밖에도 민간보험은 국민의료비 지출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며, 병원들의 입장에서는 의료전반에 걸친 질적 향상이 아니라 특정영역에 국한된 질적 향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현 건강보험제도의 보험자 측면에서 볼 때 민간보험의 의료수요 확대는 보충형이라는 점 때문에 당연히 건강보험 재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운영 여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민영보험이 확대되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지연시킬 것이며, 의료기관간 계층화 및 국민들간의 의료소비 양극화도 심화시킬 것이 당연히 예상된다.
보험개발원 조용운 박사는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의료기관이 급여항목도 비급여로 전환시켜 진료하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며 "보충형 민간보험은 자연스레 공보험의 급여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이미 유럽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고 말했다.
민간보험, 전도유망(前途有望) 장담 못해
보험업계도 앞으로의 시장구도가 유망할 것으로만 장담할 수 없다.
보험업계 및 학계는 생명보험사들이 철저한 수익창출형 보험상품을 준비했음에도 불구, 앞으로 민간보험 상품의 시장전망이 밝다고는 절대 단언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생보사들은 개인실손건강보험 상품 시장에 처녀 진출하는 것이지만, 영리추가가 목적인 민간기업이 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상품을 출시할 일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보업계는 초기의 시장진출을 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고객마저 타사에 빼앗기거나, 앞으로 개인실손건강보험 시장에 아예 진출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초기 시장진출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또다른 한편으로 민간보험은 보험업계의 기대치를 높여주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여유자금이 있는 부유층 소비자의 경우 비급여 위주로 구성된 민간보험상품에 가입해 보다 질 높은 환경속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 들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내국인 진료가 허용된 인천경제자유구역내 외국병원 같은 곳은 민간보험 가입자들에게 또다른 의료서비스 접근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의료서비스 분야 만큼은 타 분야와 달리 저소득층도 민간보험 상품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보험업계가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보험개발원 2005년도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경우 월소득 100만원 미만의 가계 중 질병치료 중심의 보장보험 가입률이 49.9%에 달하고, 100~150만원 소득층은 86.9%에 이른다.
월 200~300만원인 소득층의 가입율은 72.6%, 300~400만원 소득층은 77.0%, 400만원 이상 소득층은 79.4%로 100~150만원 소득층보다 가입률이 낮다.
이를 분포형태로 분석하면 100만원 미만 소득층은 질병치료 중심의 보장보험 전체 가입자의 11.6%, 100~150만원 소득층은 20.3%를 차지, 전 가입자 중에서 31.9%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분야 만큼은 소득에 구분없이 민간보험 상품도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점이 보험사들의 기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윤곽이 드러난 상품 내용처럼 개인실손민간보험 상품이 소비자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오기 어려운 조건들로 짜여졌다는 점은 보험사들에게 큰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시말해 앞으로 소비자들이 이 민간보험 상품을 어떻게 느낄것인지 단정짓기가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향후 민간보험상품의 급여비가 과연 얼마가 될 지조차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어느정도인지 아직 정확히 산출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민간보험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는 예상된다.
보험개발원이 전망한 민영건강보험시장 규모는 2005년 현재 7조5049억원이며, 2007년에는 8조7339억원, 그리고 오는 2010년에는 11조원에 달한다. 이는 생보사와 손보사들의 보험시장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우체국, 농협 등까지 합칠 경우 민간보험 시장규모가 이미 12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험개발원 조용운 박사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민영건강보험 시장 규모는 확대 추세에 있다”며 “국민소득이 1% 증가하면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본인부담금은 1.57% 증가하여, 소득증대에 따라 민영건강보험 잠재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급격히 증가할 민간보험 급여지출에도 불구하고 초기 시장진출이라는 점을 감안, 저렴한 보험료를 책정했을 때 보험사들이 급여비 지출을 감당해 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공보험, 최종 보장성목표 설정이 '선행 과제'
이처럼 민간보험이 국민 및 공보험제도 뿐만 아니라, 의료계 및 병원계에 미칠 영향과 민간 보험사들의 위험성마저 크게 잠재된 상황에서 본격적인 민간보험 도입 추진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예를들어 공보험에서 보장성을 강화하려 들면 보험상품 가치의 하락을 우려한 민간보험사들이 반대할 소지가 높고, 그렇다고 현재 65%(2005년 기준) 수준에 불과한 공보험의 보장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없다.
시민단체들의 공보험에 대한 보험급여 확대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도 이유중 하나다.
신기술 확대 등으로 비급여 진료영역이 커지고 이를 민간보험이 보장해주면, 전체적인 국민 의료비 측면에서는 공보험의 보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또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국민들에게 보험료 인상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며, 보험료 인상이 안되면 당연히 급여확대도 약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현재 공보험 체제에서 보험자 역할을 맡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입장에서도 민간보험 도입을 달갑게 느끼지 않고 있다.
만일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조직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거나 혹은 조직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상쇄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최병호 박사는 “공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그만큼 민간보험 상품의 메리트가 낮아지기 때문에 공보험의 보장성이 확대되지 못하도록 로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 현행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계약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이에따라 민간보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에 앞서 현행 공보험의 보장성 최종목표를 우선 설정해 두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건보공단 이평수 상무는 “민간보험 도입을 원천적으로 반대하거나 그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이미 오는 2008년까지 공보험의 보장성을 7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후 공보험의 최종보장성 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에 민간보험을 준비해야 서로간에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보험의 최종보장성 목표가 기본적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으면, 민간보험과 공보험은 서로 마찰과 경쟁이 불가피하고, 결국 민간보험 소비자인 국민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 그리고 공단의 정체성에도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사연 최병호 박사는 “보충형 민간보험은 유럽의 선진국처럼 공보험 보장성이 80% 정도는 돼야 한다”며 “이 정도 수준이 된 상태에서는 민간보험과 공보험이 각기 입장에서 제 역할을 다 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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