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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안하는데 출산 장려책이 도움? 글쎄"
[ 2006년 01월 16일 21시 07분 ]
"강남구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개원할 당시 한 구역내 산부인과가 5개에 불과했으나, 이제 13개에 달한다. 전문의는 자꾸 늘어만 가는데 반해 분만건수는 바닥을 친다. 아예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분만하는 산부인과보다 더 많을 정도다. 산부인과 개원가는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최근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총 30조5000억원의 예산을 저출산 문제 해결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정부의 지원을 가장 반길 것으로 예상했던 산부인과 개원가에서는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17일 산부인과 개원가에 따르면 현재 전국 산부인과 중 분만환자를 받는 곳은 30%에 불과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산부인과의사회의 한 관계자는 “주택이 즐비한 지역에서 조차 분만을 시행하는 산부인과가 전체의 절반을 넘지 않을 정도”라며 “강남구의 경우 전체 50여개의 산부인과 중 분만병원은 10개에 못 미친다”고 실정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요즘 개원하는 병원들의 경우 아예 분만 시설을 개설하지 않거나, 분만실을 갖춘 병원들도 폐쇄를 원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그 만큼 분만에 필요한 임대비 및 시설비, 인건비 등의 물가는 갈수록 치솟는 반면, 현재의 분만율로는 이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아야 1~2명의 자녀 출산이 고작인 시대에 이왕이면 시설 좋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대형병원에서의 분만을 선호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어, 중소병원 및 개원가는 분만에 있어서 사실상 고사상태나 다름없다.

상황이 이러할 진대, 불임부부에 고작 돈 몇 푼 지원해 주고 신생아 장애 예방 검사항목을 몇 종 늘리는 정부의 근시안적 저출산 대책이 현실에 찌든 개원가에 반가울리 만무하다.

한 개원의는 “사회 전반적인 추세가 안 낳은 분위기라 불임시술 지원 등이 큰 유인책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어차피 불임 치료를 원하는 사람은 보험 적용이 안 되고, 많은 비용이 소요돼도 시행할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책에 의구심을 표했다.

또 무료 신생아 장애 예방 검사항목의 추가에 대해서도 “환자 입장에선 혜택이 될지 몰라도, 병원의 경우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정부의 지원에 혜택 받는 병원은 미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개원가의 싸늘한 반응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국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어섰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일선병원의 개원의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따른 분만율 증가를 기대하기 보다는 요실금 치료 등 노화방지, 성문제, 피부미용, 비만 클리닉 등으로의 간판 변경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개원의들이 처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출산장려책이 아닌, 바로 내 앞에 처한 보다 현실적인 경영 개선책인 것이다.

한 산부인과 개원의의 ‘정부의 지원으로 일련의 검사들이 보험화되면, 오히려 병원 입장에서는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는 씁쓸한 혼잣말이 매서운 개원가의 현실을 대변한다.
심희정기자 sh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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