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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공수표 전락한 의료기관 살생부
[ 2006년 02월 22일 21시 28분 ]
병원계가 최근 한 시민단체의 의료사고 다빈도 의료기관 명단 공개 소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이하 의시연)는 지난주 의료사고 예방차원에서 전화상담 건 수를 토대로 집계한 상위 5.7%의 병원 명단 공개를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항생제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날아든 소식에 의료기관들은 또 한번 긴장해야 했고 첩보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명단 입수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각 의료기관들은 자료의 객관성과 명단 공개가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이 시민단체에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고 의시연은 병원계의 거센 반발에 당혹해 했다.

결국 의시연은 소위 ‘살생부’로 불리던 병원 명단 공개 계획을 철회했고 해당 병원에 ‘소망의 메시지’라는 편지글을 보내 이번 사태를 조용히 매듭 지어졌다.

의시연 측은 “이번 자료가 의료기관의 병상 수와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객관성에 대한 시비를 일부분 인정했다.

결과론적으로는 의시연이 각 의료기관들에게 ‘살생부’를 위시한 ‘공수표’를 날린 셈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 시민단체의 용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본인들도 인정했 듯 의시연이 공개키로 했던 자료는 분명 우려의 소지가 다분했다. 그럼에도 병원들은 이 명단에 엄청난 관심을 나타냈다.

의료사고 많은 병원이나 의원이 어디인지 궁금했고 우리 병원이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작용했을 터.

공수표로 끝난 이 시민단체의 시도가 병원계에 엄청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사고가 언급하기 껄끄러운 주제이기에 아직도 ‘쉬쉬’하는 경향이 짙은게 사실.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불가항력적인 사고를 막을 수 없는 의료의 특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언제까지 감출 수 만은 없는 일이 바로 의료사고다.

의시연은 소망의 메시지에서 “의료사고 예방에 적극 힘써 주길 부탁드립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의료기관들의 동참을 요구했다. 의료기관은 시민단체의 정중한 경고를 겸허히 수용, '제 2의 살생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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