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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삿속' 평가에 타들어가는 병원 '속앓이'
[ 2006년 03월 21일 02시 55분 ]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잘 알려진 꽤 유명한 평가의 경우, 돈 많은(?) 병원은 3천만원을 들여 높은 순위권 안에 들기도 한다, 과연 이 같은 평가 결과가 객관적일 수 있겠나?" 한 교수의 말이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의 평가 비용을 수반하며,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민간기업 주최의 ‘병원 평가’에 병원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병원계에 따르면 현재 일선 병원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병원 평가는 한국생산성본부의 NCSI(국가고객만족지수)조사,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K-BPI(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조사 및 KCSI(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조사를 비롯해 서울시만족도조사, 경영혁신대상, 한국생산성대상 등 비교적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종류만도 20여개에 달한다.

덧붙여 민간기업 및 여러 신문매체가 시행하는 병원 평가까지 합치면, 심지어 복지부에서 조차 정확한 실태파악이 안될 정도로 많은 평가가 난립해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 관련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병원 평가만도 의료법상 강제 적용되는 복지부의 ‘의료기관평가’ 이외 3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3차의료기관평가’,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한 ‘병원신임평가’, 심평원에서 시행하는 ‘적정성평가’ 등 평가 목적에 따른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

특히 의료기관평가처럼 규모가 큰 평가의 경우, 한번 평가에 돌입하면 해당 의료기관이 3달여를 꼼짝없이 시달려야 하는 판에 일선 병원에 이 같이 난립하는 평가들이 반가울리 만무하다.

또한 각 평가마다의 조사의 객관성은 물론, 신뢰성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어서 병원 평가 체계의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평가 자체가 너무 많아 오히려 메이저급 병원의 대부분은 민간평가에는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공신력이 없는 평가라 생각되면 병원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병원 관계자는 “민간평가의 경우 평가 방법에서의 공정성 및 조사 과정의 객관성, 평가 대상 등 자세한 평가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더욱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들 평가들은 저마다 일정 금액의 평가 비용을 수반하며 심한 경우 조사 착수비, 성적발표비 등 단계별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발돼, 이에 대한 병원들의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방 병원이 발달한 한 의료원의 경우, 민간기관에서 “모 평가에서 1등할 것 같다”는 연락이 오면 병원 자체에서 “1등 못한다”고 잘라 말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진다는 후문이다.

병원계에 따르면 민간기업 주최의 광고성 평가는 대형병원보다는 오히려 중소병원급에서 참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공익기관을 가장한 사설기관의 평가가 난립하는 가운데 이들 중 대다수는 광고성 평가로, 중소병원을 홍보용으로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특정 평가의 경우 평가 목적과 전혀 무관한 로컬급 기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큰 액수의 금액을 지불했다는 중소병원의 피해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병원계의 볼멘소리에도 불구, 이 같은 평가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복지부 및 병협 등의 의료단체에서도 이를 제재할 권한이 없는데다가, 일선 병원에서도 사실상 평가에 참여할 수도 그렇다고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는 애매한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매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한 대형병원의 관계자는 “사실 모든 평가에 참여하자니 돈이 아깝고, 안하자니 그만큼 손해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특히 대부분의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다, 순위내 병원 이름이 없으면 오히려 주위에서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원 QA 담당자의 경우 민간평가라 할지라도 순위 발표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경쟁 구도에 놓인 몇몇 라이벌 병원들은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병원계에서는 이 같은 평가 체계 난립이 ‘정부의 제대로 된 평가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반증 아니겠나’하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부분의 병원 관계자들은 무분별한 평가체계의 난립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부 의료기관평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 차원의 제대로 된 평가체계가 정착, 의료의 질적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툴이 마련돼야 민간 주체의 평가도 줄어들고 일선 병원의 소모적 비용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의료기관평가 1위를 차지한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평가 1위가 환자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다”면서도 “복지부의 평가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무시못할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향후 의료기관평가가 난립하는 민간기업의 타 평가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상위 평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의학적 적정성 평가 및 질적 평가 위주의 보강과 함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심희정기자 sh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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