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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찾는 병? 만드는 병? '버거운 나홀로 소송'
[ 2006년 04월 06일 21시 37분 ]
"깊이깊이 묻어도 아픔이, 눈물이 터져 나온다. 꼬박 7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 저 세상으로 간 지혜를 놓을 수 없는데 불과 몇 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호소할 수 있겠나"

자가 면역 질환으로 스테로이드 약을 장기 복용 중이던 18세의 딸이 한방병원 교수의 약 중단에 의한 부작용으로 사지마비를 겪고 사망, 아직도 끝나지 않은 소송을 7년째 벌이고 있는 임미자 씨의 호소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입을 열었다. 6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의료사고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그들은 또 한번 아픔과 고통을 꺼내 눈물로 호소하며 의료사고의 현 주소를 짚었다.

사실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수차례 입을 열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기에 의료계에 대해 갖는 불신감은 표정에서도 역력히 드러났다.

의료사고 소송이 요즘 크게 늘고 있지만 상당수 병원과 의사들이 2심, 3심까지 판정에 불복하면서 시간만 끄는가 하면 보상을 회피하려고 아예 재산을 빼돌리는 병원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가족 이명수씨는 "부산 A대학병원은 의료사고로 내 딸이 죽자 전혀 언급조차 없었던 급성백혈병이라는 진단을 갑자기 내리더라"면서 "뇌경색 증상으로 내원 3일 동안 방치된 후 수술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고 분개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병원은 그 과정에서 사인을 듣기 위해 방문한 보호자들을 폭행하는가 하면 기록을 일부 수정액으로 지우고 기존의 기록에다 추가로 기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 의사는 유가족들이 항의하자 "원래 급성백혈병 증상이 발견됐다"면서 "사정을 봐주려 했더니 안 되겠다. 법 대로 하자"면서 온갖 폭력과 협박을 일삼는가 하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더라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그는 "의사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사회의 여론 주도층이며 상위층인 의사들의 이기주의 앞에 이렇게 무릎을 꿇어야 하나"라며 "무식해서, 돈이 없어서 우리는 두 번 죽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사례도 고발됐다.

24세의 아들이 서울 B대학병원에서 코 속 조직검사를 받은 후 양 눈을 실명, 무려 5년 동안 소송했으나 입증의 어려움으로 1,2심에서 패소한 김정자씨의 사연도 참석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마지막 자구책으로 법정다툼에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의료계의 비협조와 의료과실 입증책임 문제 등으로 길고 힘든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하지만 의료사고피해자 증언대회에 나선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의료과실 입증책임이 전적으로 원고측에 있는데다 법원 의뢰로 진료기록 감정과 사실조회 등을 요청받은 촉탁 의사들의 비협조로 오랜 기간 곤란을 겪기 일쑤다.

의료분쟁 전문 한 변호사는 "싼 감정비와 동료의식에다 감정 의무도 없는 촉탁 의사한테서 신속하고 성실한 감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2년 가까이 재판이 안 이뤄지는 '장기미제' 의료소송건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의료배상 공제조합 설립과 조정 전치주의 등을 골자로 11년째 표류 중인 ‘보건의료 분쟁조정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의료과실은 입증이 어려워 조정과 합의가 많고 중도 포기하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면서 "하루빨리 법적 해결방법이 마련돼야 지난한 분쟁과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안에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사고 분쟁이 생겼을 때, 진료한 의료진에게 의료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내용이 뼈대다.

해마다 1만건 이상의 의료분쟁이 발생하지만 해결방법은 여전히 원시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8년째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소비자들의 오랜 바람이 이번에는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사진은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사람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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