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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늦깎이 의대 신입생은 행운아?
[ 2006년 04월 19일 21시 56분 ]
‘왜 의사가 되려고 하십니까? 의사가 되면 뭐가 좋은가요?’ 어쩌면 대답이 너무 뻔한 질문이었을까 A씨는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표정으로 “안정적이잖아요”라고 대답했다.

A씨는 일류대 이과대를 수석 졸업했다. 그리고 2002년 또 다른 유명 의과대학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군복무 후 복학해 졸업, 대기업에 취직할 때까지만 해도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그가 신입사원이 된 지 3개월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수능공부를 시작, 의대에 입학한 것이다.

“취직이 워낙 어려우니 취직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하고 나서도 문제”라는 우회적 대답이 A씨가 다시 수능공부를 한 이유였다.

S대 공대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의•치•한의대를 목표로 수능공부를 시작한 B씨는 결국 신입생이 되지 못했다. 현재 B씨는 어떤 직장에도 취직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령 조건을 훨씬 넘긴 30살에 가까운 나이 때문이다. 설사 연령 제한이 철폐된 기업체에서도 B씨는 매번 서류에서 탈락했다.

B씨는“후회하면 어쩌겠느냐”라고 말하면서도 “27살이었지만 이만한 위험은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해 다시 수능공부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 졸업하면 초봉이 2500만원~2800만원이지만 개원을 하면 못해도 초봉이 6000만원~8000만원 수준이니깐.” 토익 등 취업 준비 대신 그가 수능공부를 선택한 이유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사가 돼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라면 다른 직업을 택하라”고 충고한다. 힘들고 스트레스도 심한데‘돈’생각하면 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진심으로 걱정 해주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근래 이런 자탄은 더욱 늘고 있다.

그러나 의사를 꿈꾸는 혹은 늦은 나이지만 의대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어쨌든 한국 사회에서는 의사 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오히려 확신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힘들다, 어렵다"고 의사들이 엄살을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의사에 대한 환상이 너무도 잘못된 방향으로 단단하게 형성돼 있는 것일까? 혹 의대 신입생이 되고자 모험을 거는 이들이 어리석은 것은 아닐까?

물론 늦은 나이에 의•치•한의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적으로 ‘돈’만을 생각하고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당연히 ‘늦깎이 신입생’이지만 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사로 성장할 수 있다. 의대 내에서도 이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궁금한 것은 ‘모험’을 걸 만큼 의사가 정말 안정적인 직업일까 하는 부분이다. ‘늦깎이 의대 신입생’이라는 티켓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기에 더 위험한 모험인데 이에 대한 대가가 의사라고 과연 보장될지 혼란스러웠다.

‘40살이 돼서야 개원을 할 수 있더라도 의사가 낫다’고 의대 신입생을 선택하는, 그리고 ‘늦깎이 의대 신입생’을 오히려 행운아라고 여기는 우리 사회는 어디서부터 문제며 누가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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