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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말리는 소송에 '환자·의사 모두 녹다운'
[ 2006년 04월 27일 21시 38분 ]
환자와 의사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격한 감정싸움으로 번지다가 결국엔 '너죽고 나죽자'는 의료분쟁으로 치달아 피해자는 두번 죽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의 환경은 열악해져만 간다. 사실상 패가망신하는 의사가 늘어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는 의료서비스 불만 관련 상담이 연간 1만여 건을 훌쩍 넘어섰다. 그 중 피해구제요청 건수는 1000건 정도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할 의료계와 환자의 관계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27일 오후 2시 한국소비자보호원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의료 피해구제의 효율적 처리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 의료분쟁 전문가들은 현 주소를 이렇게 짚었다.

최근 의료소비자들의 권리 의식이 향상되면서 물론 의료사고 대응 방식이 과거의 '체념'과 '포기'에서 '적극적 문제제기'로 급전환하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의료소송 전문 전병남 변호사는 이날 "1990년대 이후 의료소송에 있어서 환자 권리 지향적인 판결이 잇달아 선고되고 있다"고 운을 떼고 그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막상 의료분쟁을 직접 체감하는 일반인들이 피해구제에 이르는 과정은 가시밭길이나 다름없다.

전 변호사는 "아직도 환자측으로서는 의료행위 과정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전혀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히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피해자들은 마지막 구제 수단으로 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의료사고가 명백하다고 해도 소송 조차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지적했다.

소송 기간이 긴데다 소송 비용 또한 적지 않기 때문. 의료소송 특성상 2~3년(1심)은 기본이고, 대개 항소심, 대법원까지 가기 때문에 5~6년이 걸린다.

때문에 환자측은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내주는 감정 결과에 대해서도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의사가 다른 의사의 과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이른바 직역집단주의에 의한 '침묵의 공모'가 이뤄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이 발의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의 핵심 쟁점 사항 중의 하나가 의료사고의 입증책임 전환에 관한 사항인데 이같은 인식에서 발로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의사로서 전혀 잘못이 없음에도 환자측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나 농성, 형사 고소를 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면서 이처럼 환자와 의사측 모두 의료분쟁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태학 의사국장도 이날 "의료사고로 인한 책임 추궁에 있어서 우리나라 법 체계는 채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돼 있다"며 "의료 분쟁의 신속·공정한 조정보다 환자 중심의 피해 구제에 치중하는 성향이 녹아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의료분쟁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의료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진료과목은 우수한 의료인력의 충원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도 상당한 제약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의료분쟁의 빈도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의료인도 자기 생존을 위한 수단이 요구된다는 의미.

최근 병의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잇따르자 의료계에서는 "한 번만 실수하면 완전히 망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장기 불황에 환자 감소, 저수가 정책 등으로 인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막대한 손해 배상액은 그야말로 폐업으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소송천국'에서 의사는 어쩔 수 없이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의사들의 항변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분쟁 조정기구가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의료사고와 분쟁이 의사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인 만큼 앞으로 이를 바로 잡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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