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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의사죠"
[ 2006년 05월 24일 03시 28분 ]
약 20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 강연자로 나선 인제대 서울백병원 임경호 내과 교수.
[사진]
임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임경호 선생님은 우리들의 구세주'라고 불린다.
그와 짧게나마 인터뷰를 나누려고 했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았다. 당뇨병교실 20년의 역사를 되집어보는 기념 행사장에서도 임 교수는 발표 자료가 화면에 제대로 나오는지, 환자들 사진은 잘 찍고 있는지, 기념 행사장을 찾은 환자들이 제 자리를 찾아 앉아 있는지 등등을 직접 확인하느라 바빴다.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이 1100회를 맞았다. 1983년 9월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첫 수업을 시작했던 당뇨병교실이다. 1990년 연도별 참석자 2000명을 넘어섰고 지금까지 매년 1500여명이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을 다녀갔다. 그 20여년의 역사에 늘 함께했던 임경호 교수다.
그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주 수요일 오후2시~3시 열리는 당뇨병교실 '선생님'이 됐던 임 교수의 소감은 의외로 담담하다.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교육을 했는데도 말 안듣는 환자들이 있어 힘들었다"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고 해도 의사 말 듣지 않고, 최근에는 족욕기를 사용하다가 화상을 입은 환자도 있고 그런 환자를 마주할 때면 속상하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며 소감을 대신하는 임경호 교수.
20여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왔던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은 그 역사도 역사지만 교육 내용 역시 체계적이다.
임 교수는 "당뇨병에 걸렸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산에 들어가 스님처럼 살겠다는 환자가 있었다"며 "그 환자를 보며 당뇨로 인해 일상생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뇨병 환자들과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당뇨병 교실에 참석했던 환자들과 정기적으로 야유회를 가거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당뇨병 환자들의 지속적인 모임인 '엄나무회'도 이미 15년 전 생겨났고 일주일에 3일 당뇨조식회도 열고 있다.
모두 일회성 교육에서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소위 '족집게 과외'를 목적으로 마련된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예를 들어 박노희(가명) 환자가 아침에 1000kcal를 먹어야 한다면 어떤 음식을 얼마만큼 선택해야 하는지 당뇨조식회에 참석하게 해 직접 보여주는 것. 당뇨조식회는 매주 월·수·금 이뤄지며 매월 90명가량이 참석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당뇨병 환자들을 교육하는 까닭을 물으니 임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모든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세세하게 알려줘야 당뇨병이 치료될 수 있고 그래야 의사도 편하다"고 대답한다. "더 나은 진료를 위해 교육은 필수적"이라며 진료와 교육을 연계하게 됐다는 것.
임 교수는 스스로 "병원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의사"라고 자평했다. "쓸데없는 검사는 절대 하지 않고 약은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으면서 환자들 불러 교육하니 병원 입장에서는 잡일만 시킨다고 할지도 모른다"고 뼈있는 농담을 건넨다.
이어 그는 "돈 벌려고 일부 다른 병원에서 일회성으로 당뇨병강좌를 개최하고 있는 것은 반대"라며 "교육을 하려면 적어도 7주 이상은 걸린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은 당뇨병의 정의부터 인슐린 주사, 식품교환표, 먹는 당뇨병 약, 식단작성법, 일상생활관리 등 7주정도의 교육 내용을 갖춰 되도록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여년 전 찾아온 한 당뇨병 환자가 당뇨병으로 인해 다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이러한 위험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 계기가 돼 "이것은 정확하게 당뇨병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은 의사 책임"이라고 생각해 당뇨병교실을 열게 됐다는 임경호 교수.
그는 "백병원에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앞으로도 계속 당뇨병교실의 '무서운' 선생님이 되겠다"며 당연한 듯 계획을 밝혔다.
임 교수에게 20여년 가까이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환자는 "한 달에 한번씩 교수님을 찾아가는데 갈 때마다 무섭고 겁이 난다"며 "제대로 생활하지 않으면 어찌나 호되게 꾸지람을 하시는지, 지금까지 당뇨를 앓고 있으면서도 투병생활에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님 덕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더 나은 진료를 위해 20여년 동안 한결같이 당뇨병 교실의 '무서운 선생님'으로 나섰던 임경호 교수는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인데"라며 서둘러 인터뷰를 끝내고 당뇨병 환자를 위한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많은 당뇨병 환자들과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를 행사장으로 돌아가는 임 교수의 뒷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이근주기자 gjle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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