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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이사장 '용비어천가 怪문서' 나돌아
[ 2006년 05월 25일 21시 35분 ]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않아, 꽃이 좋고 열매 많으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않아, 내가 이루어져 바다로 가느니…"(중략)
<용비어천가>


보건복지부가 내달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건보공단 이성재 이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공단 제갈물리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단 이성재 이사장을 편파적으로 옹호하는 괴(怪)문서가 돌고 있다.

지난 23일(화) 밤 10시경 기자는 '보건복지부 감사, 그 실체'라는 제목의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문서 내용의 골자는 지난달 복지부가 건보공단에 실시했던 감사는 이사장 흠집내기를 통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길들이기가 목적이라며, 공단의 현 이성재 이사장의 연임을 막으려는 복지부 일부 관료들의 작품이라는 것.

문서는 또 복지부 일부 관료들이 이성재 이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장관이나 청와대에 보고한 감사요약 보고와 공식적으로 공단에 통보한 감사처분 결과는 서로 다르다는 주장을 유관기관들로부터 들은 얘기로 전했다.

특히 "이성재 이사장과 관련된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토대로 자세한 조사과정 없이 추정하고, 허위과장, 침소봉대 등으로 점철돼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감사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부 감사와 관련 문서는 "예산편성, 집행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감사는 외면하고, 일부 예산과목의 집행영수증 뒤지기에만 전념했다"고 적었다.

아울러 '이사장 근태, 기관운영비 관련 이사장의 비리캐기 중점 감사...오히려 이사장 청렴함 확인한 결과가 됨', '공단의 조직변화 노력과 성과는 애써 외면하고 마치 공단이 부적절하고 방만하게 조직 및 인력을 운영하는 것으로 왜곡, 과장함' 등의 용어를 빌어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서는 결론에서 "이번 복지부 감사는 정책감사가 아니라, 이사장의 도덕성 흠집내기를 통한 공단 길들이기를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의도된 불순한 목적을 가진 감사"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일부 관료들의 과잉 충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양 기관에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며, 이 기회에 청와대에 허위 보고하는 형태 및 관료들의 부도덕한 권력 남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괴문서를 작성한 사람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에게 이 메일을 보낸 L모씨는 이름만 밝힌 채 연락처나 소속 등 신분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에 24일 문서내용이 이성재 이사장의 연임을 옹호하는 것이고, 공단 내부의 조직을 자세히 꿰뚫고 있지 않으면 작성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아 공단측에 이 문서를 보낸 사람의 인적사항 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으로부터 이메일을 보낸 사람의 이름과 똑같은 직원은 전체 1만명이 넘는 조직에서 경기도 군포지사에 근무하는 직원 한 명이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으나, 공단은 "이 직원은 이러한 내용의 문서를 작성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이 괴문서를 작성한 인물의 실체를 밝히지 않고, 그냥 덮고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이 괴문서는 일간지 기자들에게도 배포됐고 급기야 24일부터 공단 대내외적으로 입소문이 번지기 시작, 결국 25일 복지부, 국회 등으로까지 퍼져 나갔다.

24일까지도 이 괴문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계속 침묵을 지켰던 공단 사회보험노조도 파문이 확산되면서, 노조가 출처라는 얘기마저 나오자 25일 공식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노조는 "노동조합을 이 괴문서와 연결시키려는 악의적 의도에 대해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아울러 이 문건내용의 사실여부에 대해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실를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도 이 괴문서와 관련 "공단과는 전혀 무관하며, 대체 누가 이런 문서를 작성했는지 황당할뿐"이라며 "문서 작성을 누가 했는지 조사중"이라고 25일 밝혔다.

하지만 공단 내부 일각에서는 이 괴문서가 청와대 등 이사장 인사권에 강력한 힘을 미칠 수 있는 요로에 제출할 목적으로 공단 기획실이나 홍보실에서 작성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도 이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당혹스러워 하며 해당자 색출을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공단 이성재 이사장의 임기종료를 앞두고 이사장을 옹호하며 연임을 바라는 공단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복지부간의 혼탁한 신경전이 과연 어떠한 결론으로 종결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실]'보건복지부 감사, 그 실체' 원본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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