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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새고 프라이버시 침해받는 환자들
[ 2006년 07월 04일 03시 00분 ]
병원이 환자 동의 없이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건네주면 어떻게 될까. 현행 의료법 20조는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개인의 진료기록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자 동의 없이 진료기록을 빼돌리는 병원과 보험사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 그러나 사실상 병원 진료기록부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편집자주]

교통사고 후유증 문제로 보험사와 재판을 벌이고 있는 김모(61)씨. 그는 뒤늦게 자신의 진료기록이 본인 허락도 없이 보험사에 전해진 사실을 알게 됐다.

보험사는 "김씨가 앓고 있는 증상이 사고 때문이 아니라 이전부터 앓던 병 탓이라며 치료비를 못 주겠다"고 소송을 냈다. 그리고 김씨의 의료기록을 증거물로 요구했다. 김씨는 이를 거절했는데 병원 쪽이 진료기록을 법원에 냈던 것이다.

김씨는 병원 쪽에 항의하다가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병원 쪽은 법원이나 보험사에서 자료를 요청해 오면 진료정보를 줄 수밖에 없어 제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환자 허락 없이 의료기록을 넘긴 병원을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병원에 '의료법 위반'혐의로 10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그러자 병원도 법원 요구에 따라 진료기록을 낸 것이니 정식 재판으로 시비를 가리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환자들의 의료정보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새나가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파장이 일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한 관계자는 "보험사와 병원은 환자 기록을 주고받는 데 문제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실제 피해자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험사들은 과거에 앓았거나 앓고 있는 병을 사고와 연관시켜 치료비 지급 보증을 거부하거나 조기퇴원을 강요하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 전문가들이 피해자의 사생활과 권리 보호를 위해 동의서 서명에 신중하라고 충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험사측의 명분은 부상 정도를 파악해 보험금을 산정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실제로는 보험사가 자문 의사의 소견을 받아 피해자한테 불리한 자료로 활용하는 일이 잦다는 데 있다.

EMR 등 대형병원에 불고 있는 '디지털 바람'도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크다는 개연성이 존재하는 부분이다. 의료기록이 대량으로 집적된 만큼 해킹으로 인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개원한 경기 성남의 분당서울대병원이 처음 EMR를 도입한데 이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등 대형 의료기관들이 속속 '디지털병원'의 대열에 합류하고 았다.

그 가운데 일부 병원은 이미 보험사와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병원간 환자 진료기록을 온라인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연계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 병력에 관한 정보가 담기는 만큼 철저한 보안이 전제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단체 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개인 정보 입력시 환자 동의를 받을 것, 꼭 필요한 정보만 입력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삭제할 것 등의 원칙이 일선 대형병원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EMR 시스템이 병원의 고객관리정보시스템(CRM)과 결합돼 환자 정보가 상업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험사측은 "최근 환자들이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사기를 치는 등의 행위가 많이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개인의 진료정보 공개가 지나치게 제한되면 이런 역작용이 더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송에서 진료기록이 중요한 재판증거인 동시에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환자 기록 노출에 관련된 법령을 시급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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